수용자 복지 서비스까지 중단… 옥바라지 업체 확산 원인은?

  • 등록 2024.12.20 11: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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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에 뿌리잡은 옥바라지 업체...
100여개 업체 확산 배경은?

교도소에서 수형자들의 심부름을 대행하는 서비스, 일명 ‘옥바라지 업체’가 범람하고 있다. 옥바라지 대행 서비스는 2008년 개그맨 권영찬이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다.

 

억울하게 고소를 당해 영등포 구치소에서 37일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수형자들의 심부름을 대행하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면서 ‘옥바라지 업체’가 난립하고, 이를 명확히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옥바라지 업체들이 음란물 송부, 성매매 알선, 스포츠 도박 보조 등의 폐해를 양산하고 있어 정부 당국이 각종 제재를 강화했다. 수형자 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된 업체들이 제재를 야기하며 오히려 수형자 복지를 악화시키는 형태인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법무부는 ‘교정시설 음란도서 차단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이는 옥바라지 업체들이 일정액 수수료를 받고 수형자들에게 음란물·담배 등을 교정시설로 보내는 행위 등이 만연해졌기 때문이다.


‘교정 인터넷 편지’ 서비스까지 중단시킨… 옥바라지 업체



법무부는 같은 달 ‘교정 인터넷 편지’ 서비스 역시 중단했다. 교정 인터넷 편지는 해외나 원거리 거주 등으로 접견이 어려운 가족, 친구 등의 민원인이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감된 수용자들에게 인터넷을 이용해 당일 무료로 편지를 전달할 수 있게끔 한 서비스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가 도입 취지와 다르게 과도한 행정 부하를 야기하고, 악용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법무부가 이를 폐지에 나선 것이다. 


옥바라지 업체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음란 소설 연재분을 보내거나 스포츠 토토 베팅 또는 주식거래 정보 공유, 수용자 간 만남을 주선하는 등의 행위를 저질러 왔다. 


최근 출소자 A씨는 스포츠 토토와 관련되어서는 “과거 교정 인터넷 편지 서비스가 폐지되기 전, 옥바라지 업체가 경기 일정을 인쇄해 수용자들에게 보내줬다”며 “수용자들은 이를 통해 베팅을 지시했고, 전날의 베팅 결과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지 못하면 옥바라지 업체가 적중 번호를 구매하지 못하거나 먹튀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도권의 한 교도관에 따르면, 압수된 물품 중에는 여성 신체가 적나라하게 노출된 화보집이나 가학적인 성폭력 이미지를 담은 잡지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 간행물로 지정된 경우 반입이 제한되지만, 지정되기 전에는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는 현실도 드러났다. 출소자 B씨는”일반 서적은 가족에게 부탁할 수 있지만, 저런 잡지는 부탁해도 보내주지 않으니 옥바라지 업체에 의뢰한다”고 증언했다.

 

이는 유해 간행물 관리의 제도적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옥바라지 업체들은 약 100여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까지 옥바라지 업체를 운영했던 A씨는 “옥바라지 업체들 간 경쟁이 심할 정도로 수형자들 대부분이 옥바라지 업체를 알고 있고”라고 말했다.

 

그는 “운영 중 가장 황당했던 일은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던 피해자의 근황을 보고해 달라는 의뢰를 받아 교정 인터넷 편지로 보고를 해 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저렴한 광고비로 옥바라지 업체들의 홍보의 주된 매체로 자리 잡아 


 

인터넷이 제한된 수형시설에서 수용자들이 옥바라지 업체를 어떻게 알게 되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더시사법률>이 최근 출소자들의 증언을 통해 취재한 결과, 옥바라지 업체의 홍보는 주로 수형자들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간행물의 광고를 보고 옥바라지 업체에 연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정시설에 현재 신문과 일간지 간행물들이 약 20여개가 배포되는 데, 더시사법률 취재결과 일부 스포츠지 간행물에만 옥바라지 업체 광고가 하루 평균 적게는 1~2개에서 5~6개까지 실리고 있다. 


최근까지 옥바라지 업체를 운영했던 K씨는 “교정시설에서 가장 많이 배포되어 구독되는 신문이 스포츠 간행물이고 메이저 일간지는 광고비가 500만 원 이상으로 효과대비 매우 비싸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일부 스포츠지 간행물의 광고비는 35만 원에서 40만 원 수준으로, 일반 일간지 광고비와 비교해 10배 넘게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더시사법률이 직접 옥바라지 업체를 가장해 광고 문의를 한 결과, 실제로 일부 스포츠지 간행물의 광고비는 35만 원에서 40만 원 수준으로, 일반 일간지 광고비와 비교, 10배 가까이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인해 교정시설 내 옥바라지 업체들의 주요 광고 매체로 자리 잡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수익 추구를 넘어 교정시설 환경을 고려한 언론의 역할 필요


다만 옥바라지 업체 자체를 제재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범죄 도구 등이 아닌 이상 물품 반입에 있어 당국이 크게 제한을 두기 어렵다. 또 반입 제재 물품이라 하더라도 교정 당국의 만성적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이를 적발할 수단 역시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입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또 다른 교정당국 관계자는 “제도의 미비로 인해 업체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합법이라며 오히려 공무원들을 핍박하고 있다”며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어 교정·교화 수단이 돼야 하는 교도소의 목적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국회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교정시설에 배포되는 언론사는 수용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며 교정질서를 훼손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일부 스포츠 간행물 역시 수익만을 우선시하기보다 교정시설의 특성을 고려한 운영 방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설아기자 seolla@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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