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내 의료 처우 개선을 위해 법 개정과 의료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교정시설의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법무부에 권고안을 전달했다. 이에 법무부는 “향후 법 개정 시 교정시설 의료체계 구축에 관한 사항이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에 포함되도록 하겠으며, 환자 발생 시 신속한 외부 이송 진료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에서 수용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교정시설 의료 예산을 현실화하고, 현재 부족한 의료진을 확충하여 원활한 진료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부 의료기관과 협력하여 원격진료를 활성화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정시설 내 생활 환경 개선도 주요 권고 사항으로 포함됐다.
수용자의 건강을 고려한 거실 환경 개선과 함께 신체 활동을 위한 충분한 실외 운동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환자 및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공공의료체계 내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교정시설 내 의료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권고를 해왔다. 2016년에는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2017년 5월에는 유엔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하여 2018년 8월 법무부에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2021년 10개 교정시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여전히 의료 예산과 의료진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권위는 형집행 법령을 개정하여 의료체계 구축과 의료 예산 확보를 법적 의무로 명시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법무부 예규인 『수용자 의료관리지침』 제9조에서는 “중환자 및 응급환자는 신속히 외부 의료시설에 이송하여 진료하고, 수용생활이 불가능한 중증환자는 형 집행 정지 또는 구속 집행 정지를 건의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 규정을 법으로 격상하여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향후 법 개정 시 교정시설 의료체계 구축에 관한 사항이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에 포함되도록 하겠으며, 환자 발생 시 신속한 외부 이송 진료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2023년 교정시설 수용자 중 건강검진을 받은 인원은 총 41,730명이며, 이 중 71.1%인 29,665명이 질환 의심자로 나타났다. 교정시설 내 진료를 받은 수용자는 총 7,448,490명이며, 외부 진료도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에는 48,349명이 외부 의료기관을 찾았다. 이에 따른 외부 진료비는 국가 예산 317억 5,200만 원, 수용자 부담금은 42억 3,200만 원이었다.
그러나 교정시설 내 의료진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낮은 임금과 잦은 점검 및 문책으로 인해 의사들이 교정시설 근무를 기피하고 있으며, 공중보건의사의 지원으로 간신히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로는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용자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외부 진료를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부족한 의료 인프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자 한 명이 외부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계호 인력 3명이 동행해야 하며, 입원할 경우 24시간 3교대로 감시해야 한다. 2023년 기준 교정공무원 수는 15,548명에 불과하여 외부 진료 증가에 따른 인력 부담도 심각하다.
이에 따라 교정병원을 설립하여 의료와 교정 인력을 집중시키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이미 종합병원급 수용자 전용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 교정시설에서 발생한 환자들을 입원 치료하는 방식이 도입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권수진 연구원은 “의료 전문 교정시설을 운영하려면 종합병원급 시설이 필요하지만, 예산과 인력 문제가 발생하며, 지역사회 반대 등으로 인해 설립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JK의 김수엽 대표 변호사는 “교정시설 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 인력이 포함된 통합 컨트롤타워 설립이 필요하다”면서 “형집행법 개정을 통해 의료체계 구축과 의료 예산 확보를 법적 의무로 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정시설 내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법 개정과 예산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