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재판관 채용과 관련해 법조 경력 요건 완화와 판사 정원 확대 조치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판사 부족으로 인한 재판 지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판사는 약 90여 명이 채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판사 정원을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에 걸쳐 3,214명에서 3,584명으로 증원하는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신규 판사에게 필요한 법조 경력을 기존 7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과거 사법고시 시절에는 판사로 임용되기 위해 일정 기간의 법조 경력을 쌓을 필요가 없었다. 사법연수원 수료생 중 성적 우수자를 바로 선발했으며, 이는 법원의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젊은 판사들이 국민의 법 감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판사 임용을 위해 일정 법조 경력이 필요하게 됐다. 시행 초기에는 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요구되었으며, 2025년부터 7년, 2029년부터 10년 이상으로 강화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판사 부족과 재판 지연 등의 문제로 인해 법조 경력 요건이 다시 5년으로 조정됐다.
법조 경력 요건이 7년에서 5년으로 낮아진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법조 경력 7년 이상의 변호사들이 기존 직장에서 서면 작성 업무보다는 중간관리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판결문 작성이 주요 업무인 판사로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또한 판사직의 낮은 보수와 처우 문제도 지원자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법조 경력 5년 신임 법관의 연봉은 약 7,300만 원, 법조 경력 10년 신임 법관은 약 9,200만 원으로 변호사로서의 높은 수익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경력 요건이 강화될수록 변호사로서의 기회비용이 커져 판사 지원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최근 법 개정으로 판사 정원이 확대되면서 재판 지연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현재 사법부의 법관 정원은 3,214명, 현원은 3,206명으로 정원과 현원 간 격차가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판사는 퇴직하는 인원만큼만 충원되는데,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퇴직 법관 수는 73명이었다. 그러나 법원 내부적으로는 퇴직 법관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규 법관 충원이 시급해졌다.
현재 우리나라 판사 1인당 담당 사건 수는 선진국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독일 판사보다 4.8배, 일본 판사보다 2.8배, 프랑스 판사보다 2.2배 많은 사건을 맡고 있다. 업무량이 과중한 상황에서 판사 및 재판연구원의 부족은 사건 처리 지연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대법원은 전담 법관 제도를 통해 특정 재판만을 전담하는 판사를 임용해 재판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전담 법관 제도는 2013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총 29명의 전담 법관이 임용됐으며, 현재 20명의 전담 법관이 민사 단독 및 민사 소액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대법원은 올해 처음으로 정식 재판 청구 사건을 포함해 형사 단독 사건을 맡을 전담 법관 3명을 선발했다. 이종우(사법연수원 26기)·이환기(31기) 판사가 서울중앙지법, 곽윤경(31기) 판사가 서울동부지법 소속으로 새로 임용됐다. 형사 단독 전담 법관은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형사 단독 사건을 전담하며, 임용 초기에는 정식 재판 청구 사건을 우선 담당하게 된다. 이후 일정 기간 근무 후 본인의 희망과 법원의 사정을 고려해 일반 형사 단독 사건도 담당할 수 있도록 조정될 예정이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법조 경력 요건이 완화되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인들이 판사로 임용될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재판의 현실성과 균형감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법관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원 확대 조치가 사건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관 숫자를 단순히 늘리는 것만으로 재판 지연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며 “판사의 전문성과 재판의 공정성이 충분히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