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구금일수’라는 것은 판결이 선고되기 전날까지 구속되어 있는 기간을 뜻한다. 미결구금은 피고인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결국 자유형과 유사하기 때문에 형법 제57조가 인권보호의 관점에서 미결구금일수의 전부를 본형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의뢰인들께 이 미결구금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재판 결과가 참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씀드린다. 피해자가 한 명인 단순 인정 사건에서 합의가 완료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형사 재판에서 이 속칭 ‘밑동’이라고 불리는 미결구금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지고 가는 것이 최종적으로 보다 좋은 결과를 받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형사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극도의 스트레스, 불안감을 동반하는 일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계속 놓여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해서 재판받는 사람의 인생이 바뀌게 되는 형사 재판 제도의 본질적인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특히나 구속 상태에서 진행이 되면 몸과 마음이 고되고 불안감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속 상태에서 처음 재판을 받는 많은 분들은 이 미결구금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 한다. 빨리 재판을 끝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추가 건이 있는 경우에도 ‘어서 이 재판을 끝내고, 나가서 추가 건들을 처리하겠다’라고 각개격파 전략을 세우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나중에 결과를 받고 나서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러한 선택은 너무 큰 도박이기 때문에 차라리 미결구금 기간을 최대한 많이 가지고 가면서 추가 건 병합을 노리는 것이 낫다.
소위 각개격파 전략을 쓰면서 추가 건 조사를 미루고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을 빨리 끝냈는데, 진행 중인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되어 버리면 결과적으로 추가 건과의 병합도 힘들어져서 형량이 많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처음 형사 재판을 받는 사람들은 갇혀 있다는 불안감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냉정한 판단을 하기 어려워진다. 지금 당장 사건을 빨리 끝내 결과를 받아 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불리한 결과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미결구금 기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재판이 빨리 끝난다는 것이고, 이는 재판부에 우리 측 주장을 보다 충실하게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피해자와 합의가 필요한 사건 같은 경우에는 합의를 준비할 시간도 줄어들어 결국 공탁 같은 감형 효과가 떨어지는 쪽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 역시 결과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일부 재판부에서는 미결구금 기간이 길어지면 이러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양형 사유로 참작하기도 하므로 이런 부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형사재판을 야구에 비교해 보면, 시원한 홈런으로 끝내는 경기는 극히 드물고 처절하고 끈질기게 스몰볼 게임을 해야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원하는 결과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번트와 진루타, 도루 등의 작전 구사로 한 점, 한 점을 확실하게 따내고 마운드에서는 잦은 투수 교체와 좌우 놀이 등을 하면서 정말 끈질기게 달라붙었을 때 그 끝에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의뢰인을 만났을 때 꼭 전달하는 말이 있다. “안에서 하루 더 고생하면 선고 때 이틀을 먼저 나간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연인, 일과 직장 등 사회의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이곳에서 모두가 저마다의 인생을 걸고 처절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당장은 힘들고 어렵겠지만 지금 안에서의 고생은 절대 헛된 것이 아니고, 고생스럽게 밑동을 채워놓는 것이 최종적으로 보다 좋은 결과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결구금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저마다의 경기에서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