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일하며 접견을 자주 가다 보니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접견을 그렇게 자주 가야 하나요?”
“한두 번 만나면 충분한 거 아닌가요?”
실제로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구치소에 여러 차례 접견을 가는 변호사는 많지 않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고, 의뢰인에게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라면 자주 가야 한다. 자주 만나야만 들을 수 있는 말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항소심 사건을 진행하면서 겪은 일이 있다. 당시 사건 기록만 봤을 때는 사건의 사실관계가 충분히 정리되어 있었고, 1심 변호인도 여러 가지 양형자료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였다. 겉보기에는 더 준비할 것이 많지 않아 보였지만, 나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들어보기로 했고 그 선택 덕분에 결과를 바꿀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의뢰인이 매우 긴장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불안감과 경계심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구치소에 찾아가 대화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의뢰인은 본인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며 자신의 삶에 대해 편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의뢰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변호사님, 이 이야기를 해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전의 재판 기록이나 제출된 서류, 1심 변호인들과의 상담에서도 한 번도 다뤄진 적 없는 내용이었다. 의뢰인은 그 내용이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 판판해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즉시 느꼈다. 방금 털어놓은 이 이야기가 사건을 바라보는 판사의 시선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즉시 양형자료와 관련 서면을 준비해 제출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재판장의 표정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재판 중 판사는 의뢰인에게 추가 제출한 양형자료의 내용을 물었다. 의뢰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심 어린 반성과 후회에 대해 자세히 털어 놓았다. 덕분에 의뢰인은 1심에 비해 훨씬 더 좋은 판결을 받게 되었다.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결과에 의뢰인은 깊은 감사를 내게 전했다.
그건 단순히 한 장의 서면이나 형식적인 변론으로 이뤄낸 결과가 아니었다. ‘접견’이라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쌓아온 신뢰와 공감의 산물이었다. 구치소 접견은 단순한 면담이나 정보 수집의 자리가 아니다. 형식적인 질의응답을 넘어서,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 서서 삶의 맥락을 들여다보는 깊은 대화의 시간이다. 많은 피고인들은 본인에게 유리할 수도 있는 사실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별거 아니다’,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며 스스로 의미를 축소하곤 한다. 하지만 접견을 통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의뢰인이 마음을 열게 되었을 때, 변호사는 그제야 판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자주 접견을 가는 이유는 단순히 성실한 변호사처럼 보이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다. 그것은 사건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의뢰인의 말 속에 숨은 작은 단서 하나가 재판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오늘도 구치소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