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청] 당신의 보석 신청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

  • 등록 2025.04.21 15: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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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원하는 보석 이론과 실무 달라
실무 기준 정확히 이해하고 신청해야

 

구치소 안에서의 생활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렵다.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며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하기 쉽고, 밖에서 사업을 하던 분들은 사업체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사업이 망가져 가는 것을 지켜만 보게 된다. 가족 중 경제활동을 유일하게 하던 분이라면 구속되면서 바깥에 있는 가족들이 고통을 겪게 되기도 한다.


이런저런 어려움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은 ‘보석’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보석은 쉬운 것이 아니고, 이는 바깥에 나가서 합의하겠다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실무에서는 정말로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도 ‘병보석’이 아닌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처리가 되고, 구속 기간이 만기가 되어 나가는 ‘만기보석’ 외에는 보석 신청이 인용되는 경우가 무척 드물다.


요즘 재판부에서 병보석을 꺼리게 된 이유로는, 병보석이 황제 보석이라고 지적되며 여론의 비판을 호되게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주로 기간이 짧은 구속집행정지(형이 확정된 분의 경우엔 형집행정지) 제도를 이용해 수술 등 급한 치료가 필요할 때만 잠시 밖에 있을 수 있게 하고, 필요에 따라서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그때그때 늘려주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합의나 사업체 운영을 위한 일반 보석은 재판부가 다른 수감자와의 형평 내지는 피해자들을 생각해서 꺼리게 된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가야 변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피해자는 ‘밖에 있을 때도 돈을 안 줬는데 다시 나온다고 한들 주겠냐’라고 냉소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재판부도 그 입장을 반영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또 재판이 한참 진행 중인 경우, 특히 무죄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증인 또한 관련자들을 회유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보수적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이때 잘못된 판단으로 보석 신청을 하면 재판부에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현실에서 보석이 인용되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만기 보석인데, 구속 기간이 만기가 되면 어차피 자동으로 나오게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또한 그렇지가 않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구속 기간 내에 재판을 끝내려고 한다.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은 도주 우려가 있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기 보석에도 실무에서는 사실상 조건이 있다. 재판을 천천히 진행한다고 해서 무조건 되는 것이 아니고(판사가 더 이상 속행, 연기를 해주지 않고 재판을 끝내게 된다), 재판부가 ‘그래도 피고인의 주장에 타당한 부분이 있다’라는 인상을 받아야 하며, ‘재판을 더 연장하여 기회를 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이라면 증인신문 등 적극적인 입증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실질 피해 금액을 줄이거나 합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리고 양형 증인 등을 신청하여 재판부에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


형사소송법에는 다양한 제도들이 마련되어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론과 실무가 다른 부분이 많다. 실무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인데 무리하게 보석 신청 등을 하게 되면,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또 인용 가능성이 없는 신청을 준비하면서 정작 중요한 재판 준비는 소홀해질 수 있다. 보석을 신청하고자 한다면 실무에서 인용될 가능성을 정확히 분석하는 등 충분히 검토하고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한 방’으로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디 모든 분들의 건승을 바란다.

 

손건우 기자 soon@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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