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고인의 말만 믿지 않습니다”… 법무법인 서율 장호식 변호사

  • 등록 2025.04.21 16: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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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록과 의뢰인의 말 사이, 진실을 좇는
‘토론형 변호사’의 접근법… ‘접견 4회 이상’은
약속이 아니라 사건 방어의 필수 절차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반갑습니다. 먼저 독자분들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신 이력도 인상적인데, 어떻게 법조인의 길을 선택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대학 입학 당시에는 평생 연구자의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회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과 간접 경험이 중요하다는 아버님의 조언에 따라 전공에 상관없이 교육, 경제, 정치, 법률 등 여러 학과의 수업을 듣게 되었고, 그때 민법 총칙 수업을 듣게 되면서 법률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다른 법률 과목 수업을 챙겨 들으며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Q. 홈페이지에 의뢰인이 남긴 글 중, 변호사님이 마치 동네 형과 같은 친근함과 편안함으로 소통을 잘해주셨다는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의뢰인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시나요?


A. 형사사건으로 변호사를 찾는 분들은 ‘내 인생이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상당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제가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방어하려는 대답만 골라 하게 되고, 그러면서 오히려 중요한 쟁점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서로 신뢰가 쌓일 때까지 기다려 드립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냉철한 법률가로 변신해 법원이 궁금해할 만한, 그러나 의뢰인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사실 불편한 질문을 하는 것보다 의뢰인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이 변호사 입장에서는 훨씬 편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업무를 수행하면 결과는 보나 마나입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제 질문이 처음엔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신뢰가 쌓이게 되면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고 더 편안해하십니다. 저는 소통과 신뢰의 과정 없이 의뢰인 말만 믿고 사건을 진행하다가 나중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경찰, 검사, 재판부 문제로 넘겨버리는 식으로 업무를 하지 않습니다.


Q. ‘접견 4회 이상 보장’이라는 광고 문구가 꽤 독특하던데,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A. 제가 만난 의뢰인들 중 1심에서 변호사를 만나보기 어려웠다며, 접견을 자주 올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사기관과 법원이 궁금해할 내용을 도전적으로 질문하는 편이고 그 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의뢰인들을 자연스럽게 많이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맡은 사건 중에 가장 적게 접견을 갔던 횟수가 4번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 있게 ‘접견 4회 이상 보장’이라는 문구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Q. ‘대한변협 형사전문변호사’ 자격을 갖고 계신데요, 지난 사건 수임 이력을 보면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사례가 상당히 많으시더라고요. 특히 보이스피싱 사건은 무죄를 받기 어려운데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셨나요?


A.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이용된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스스로 떳떳하기 때문에 1심을 진행하며 “몰랐다, 이용당했을 뿐이다”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1심 선고를 받고 나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현금을 수거하고, 수거한 현금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해명은 믿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차이점이 결과를 가를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건과 관계없어 보였던 친구와의 카톡 대화에서 결론을 뒤집는 중요한 증거가 나오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사소한 차이점을 찾아내고자 애쓰는 편입니다.


Q. 보이스피싱이나 성범죄처럼 무죄가 어렵고 범행을 인정하는 사건에서는 결국 양형이 핵심일 텐데요, 변호사님은 어떤 방식으로 판사나 검찰을 설득하시나요?


A. 양형 기준표를 보면, ‘진지한 반성’이나 ‘피해 회복’이 모든 범죄의 양형 사유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했는지 법관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법관은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인간 내심의 사정을 유추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양형 사유를 객관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합의서를 제출할 때도 합의서 문구 하나에 따라 양형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또한, 공탁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이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모습에 따라 진심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에 저는 그런 세밀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Q. 특히 구속된 피고인이라면 합의를 주도하기 어려울 텐데, 변호사님은 피해자와 합의를 어떤 방식으로 주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합의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적정한 금액이 얼마냐”는 겁니다. 인터넷에는 마치 시세가 있는 것처럼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강제추행 사건에서 60만 원의 합의금을 주고 합의를 했던 피고인도 있고, 10억 이상의 금액을 합의금으로 받은 피해자도 있었습니다. 즉, 개인의 사정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죠.

 

합의 당사자들의 경제적 사정, 사회적 지위, 성격, 심지어 합의에 임할 때의 태도까지 너무 많은 조건들이 합의금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저는 합의 전 상대방에 대한 최대한의 정보를 획득하고 합의에 임하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Q. ‘음주운전 3진은 무조건 구속’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실제 판결문을 보면 변호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호사님의 실제 경험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A. 제가 진행했던 사건 중에 음주운전을 7회 하신 의뢰인이 계셨습니다. 심지어 실형을 1번 선고받은 경험도 있으셨고요.

 

그럼에도 어린아이 둘을 키우는 아버지였기에 무조건 집행유예를 받겠다는 목표로 사건에 임했습니다. 우선 음주운전을 실수가 아닌 일종의 질병으로 상정하고 자발적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퇴원 이후엔 1심 공판 기일을 최대한 미루면서 알코올중독 치료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8개월간 매일 작성한 단주 일기와 대중교통 이용 내역서, 마지막으로 장기기증 서약서도 제출했습니다. 그런 노력 끝에 다행히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Q. 변호사님이 형사 사건을 맡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형사사건으로 고민 중인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A. ‘의뢰인에게 최선의 결과를 선물한다’는 것이 변호사로서의 유일한 목표와 원칙입니다. 물론 그 최선의 결과가 의뢰인이 꿈꾸는 무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의뢰인과 목표가 저와 다른 경우엔 목표를 왜 다르게 설정했는지 설명하고,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 같은 목표를 설정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현재 형사사건으로 고민 중인 분들, 특히 구속으로 접견조차 어려운 분들이 계시다면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구속되었다면 생각보다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땐 반대되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 대응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피고인의 말을 그대로 법관에게 읊어주는 변호사가 아닌, 수사기록을 갖고 피고인과 치열하게 토론하는 변호사와 사건을 진행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소망기자 CCJ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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