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A씨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A 씨는 “진심 어린 반성이 법정에서 외면당했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사기죄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그는 재판 당시 반성의 여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항소심에 146통의 반성문을 매일 작성해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그는 “그렇게 많은 반성문도 양형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피고인의 진심은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요?”라고 호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반성문 제출은 양형 요소 중 하나로 인정되지만, 법원은 단순 제출만으로는 감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형법 제51조는 ▲피고인의 성행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양형 판단의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 변호사는 <더시사법률>과의 통화에서 “형량 감경은 ‘진지한 반성’이 확인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생성형 AI나 대필 업체가 작성한 반성문이 많아, 단순히 분량이 많다고 해서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판사들 사이에서도 판결문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표현 자체를 지양하는 분위기”라며 “사회적 비판이 많아진 데다, 반성문이 사건 기록에 수십 장씩 들어 있으면 오히려 열람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1~2장의 진솔한 반성문과 함께 피해자와의 합의 노력, 구체적인 양형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의원실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성폭력 사건 1심에서 반성문을 근거로 감형된 사례는 1515건(31.6%)이었지만, 2022년에는 187건(4.1%)으로 급감했다. 반성보다 피해 회복이나 합의 여부가 양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A 씨는 “146통의 반성문을 제출해도 단 1개월도 감형 사유가 안 되는 것인지요. 양형 조건을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상고 사유가 될 수 있는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곽준호 변호사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상고 사유를 ▲법령 위반 ▲사실 오인 ▲중대한 절차 위반 등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반성문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법령 위반’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