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힌다 애원했지만…바다에 수장된 25명의 비극” 제7태창호 사건

  • 등록 2025.06.13 16: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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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드림 꿈꾸며 태창호에 승선
어구창고, 물탱크에 나눠 숨어들어

밀폐된 공간 탓 25명 전원 질식사
시신 바다에 던지는 참혹함에 경악

 

2001년 9월 29일, 여수항에서 출항해 5일간의 어업을 끝낸 제7태창호(67t급)는 뱃머리를 제주 쪽으로 돌렸다. 평소대로라면 여수로 회항해야 했지만, 선장 A 씨와 선원들에겐 모종의 약속된 일이 남아 있었다.

 

10월 6일 0시, 제주 마라도 남서쪽 110마일 해상에 태창호가 도착하자 중국 저장성에서 출항해 먼저 도착해있던 목선 한 척이 바짝 따라붙었다.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바다 위에서도 일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두 척의 배가 접선에 성공하자, 목선에 있던 60명의 사람들이 태창호로 재빠르게 올라탔다. 밀입국 현장이었다.

 

사건이 있기 열흘 전, 태창호의 선장 A 씨는 전남 여수시의 한 다방에서 밀입국 브로커 B 씨를 만나게 된다.

 

먼저 제안한 쪽은 B 씨였다. 조업하고 돌아오는 길에 중국 밀입국자를 태워 달라는 얘기였다.

 

사례금은 3,000만 원, 9명의 선원 각자에겐 100만 원씩을 제안했다. A 씨는 브로커의 제안에 따라 29일 출항을 결심한다.

 

10월 7일, 밀입국자를 태운 태창호는 순항하며 완도 근해로 접어들었다.

 

해경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밀입국자들은 그물 창고로 쓰던 어창에 25명, 물탱크에는 35명으로 나눠 숨었다. 선원들은 완벽한 밀폐를 위해 어창 입구를 1톤 무게의 어구로 덮었다.

 

밀입국자의 국적은 모두 중국 국적이었지만 이들 중 11명은 조선족이었다. 이들 모두 현지 브로커에 1인당 900만 원을 대가로 지불하고 태창호의 비좁은 창고와 물탱크에 실려 바다를 건넜다.

 

10월 8일 새벽, 태창호 선원들은 밀입국자들에 식사를 제공하고자 어창과 물탱크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곧, 태창호 선원들은 패닉에 빠지게 된다. 어구 창고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모두 숨져있었던 것이다. 25명의 인원이 들어간 어구 창고는 가로 3m, 세로 2.2m의 경우 3평 정도의 밀폐된 공간이었다.

 

질식사였다. 현장은 처참했다. 시신들은 서로 뒤엉켜있었고, 손톱이 부러지고 지문이 사라져 있기도 했다. 탈출을 위해 창고의 벽을 긁었던 흔적이었다. 어창에 비해 통기성이 있었던 물탱크 안 사람들은 모두 생존한 상태였다.

 

선장은 급히 브로커 B 씨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그러자 B 씨는 “시신을 바다에 버리라” 지시했다. 태창호 서원들은 전남 완도군 여서도 남서쪽 12마일 해상에 25구의 시신을 모두 던져 수장시켰다. 사망자들은 모두 17세에서 47세 사이의 젊은이로, 이들 중에는 생존자의 가족과 친구들도 상당수 있었다.

 

 

시신을 바다에 던져 증거를 인멸하기까지 했지만, 태창호의 범행은 쉽게 발각되었다. 여수에 도착한 생존자들이 배에서 내려 냉동탑차에 오르는 장면을 주민들이 목격했고, 이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

 

여수해경의 조사가 시작되자, 생존한 밀입국자들은 “어창에서 살려달라는 소리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선원들이 열어주지 않았다”며 울부짖었다.

 

이 사건으로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제7태창호 선장 A 씨와 브로커 B 씨에게 중과실치사와 사체유기,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죄를 적용해 각각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또 태창호 선원 9명 전원에 대해서는 사체유기죄 등을 적용했고, 2명에겐 징역 10월과 8월, 나머지 선원들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2001년 제7태창호 사건이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2014년 봉준호 영화감독의 첫 제작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의 모티브가 되면서다.

 

영화는 운명의 배를 타게 된 선원과 밀항자들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며 보이는 인간 본성에 대해 다뤘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당시 코리안 드림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황한 것인지 일대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남았다.

 

밀입국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까지 이들이 한국에서 이루려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걸 알고 있는 바다만이 고요히 침묵할 뿐이다.

이소망 기자 CCJ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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