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당신에게

  • 등록 2025.06.23 17:49:28
크게보기

구속은 끝이 아닌 수사의 시작
수사 초기부터 변호사 동석해야

 

수사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국 구속되었다면,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구속기간을 고려해 매우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절차적 권리의 행사다. 특히 두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방어권의 주도권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구속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력한 처분이지만, 방어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12조는 적법절차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30조 역시 피의자의 변호인 선임권을 명시하고 있다.

 

수사 단계에서 작성되는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는 이후 공판에서 핵심 증거로 기능한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자백이나 진술이라 하더라도 임의성과 신빙성이 인정되어야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해 왔다. 그러나 일단 기록으로 확정된 진술은 재판에서 번복하기가 쉽지 않다. 진술 번복은 그 자체로 신빙성에 대한 의문을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속 직후의 조사 국면은 단순한 해명 단계가 아니다. 향후 재판의 기본 구조가 형성되는 시기다. 수사기록이 작성되는 바로 그 순간, 피의자의 입장은 문서화되어 사건의 ‘공식 버전’으로 굳어진다.


둘째, 수사는 ‘진행 중’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구속은 수사의 종결이 아니다. 오히려 정리 단계의 시작에 가깝다. 검찰은 피의자 진술, 피해자 진술, 계좌 흐름, 디지털 포렌식 자료,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해 사건 구조를 확정해 간다.

 

문제는 이렇게 정리된 수사기록이 공소장 작성의 기초가 되고 이후 공판심리의 방향을 사실상 규정한다는 점이다.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사실인정을 다투는 것은 가능하지만 1차 기록의 틀을 뒤집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대법원은 사실인정은 증거의 취사선택과 합리적 평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반복해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단계에서 방어 논리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으면 이후 재판에서 그 공백을 메우는 데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전략 없는 진술은 방어가 되기 어렵다. 수사기관의 질문 흐름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사건의 구조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수사기록은 단순한 서류 묶음이 아니다. 공판정에서의 증거조사, 증인신문, 변론의 출발점이 되는 자료다. 기록의 표현 하나, 진술의 뉘앙스 하나가 이후 법원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모든 사건이 억울한 사건은 아니다. 형사절차는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 이를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제도다. 동시에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엄격한 증명책임과 절차적 권리를 두고 있다. 이 두 축의 균형이 형사사법의 핵심이다.

 

구속 직후의 대응은 그 균형을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감정적 대응이나 체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령과 판례가 보장하는 절차적 권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사 단계는 재판의 전초전이 아니라, 이미 본격적인 절차의 일부다. 기록이 완성된 뒤에야 전략을 고민하는 것은 늦을 수 있다. 형사절차에서의 방어는 ‘공판 준비’가 아니라 ‘수사 단계’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이상현 변호사 soon@t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