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 녹화 영상은 '불법 촬영물' 아냐…대법 첫 판단

  • 등록 2025.07.03 15: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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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통화 중 상대방의 모습을 화면 녹화하는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영상통화를 녹화한 행위가 ‘직접 촬영’에 해당하지 않으며, 반포된 영상물이 아닌 이상 ‘소지’에 따른 처벌도 어렵다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22년 연인이었던 B 씨와 영상통화를 하던 중, B 씨가 샤워 후 옷을 입는 장면을 휴대전화의 화면 녹화 기능을 이용해 3차례 녹화했다. 이후 해당 영상을 발견한 B 씨가 화를 내자, A 씨는 B 씨를 폭행하고 재물을 손괴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폭행 및 재물손괴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 성폭력 처벌 특례법에서 규정하는 처벌 대상은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카메라 등을 이용해 직접 촬영하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해자의 신체가 촬영된 화면이 사람의 신체에 해당한다거나,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영상을 파일로 저장하는 행위가 ‘촬영’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휴대전화에 동영상을 녹화해 소지했다는 내용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반포되지 않은 영상은 소지죄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자발적 영상통화 중 녹화한 것을 단순히 저장하고 소지한 행위만으로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는 것이다.

 

즉,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자기 신체를 촬영하는 방법으로 영상통화를 했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해당 법 조항은 불법 촬영물의 수요를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촬영 또는 반포된 영상물의 소지를 전제로 한다”며 “촬영·반포 행위가 없는 단순 녹화 영상까지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혜민 기자 hm0564@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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