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엄마, 우리 아버지

  • 등록 2025.08.15 17:18:41
크게보기

 

사랑하는 우리 엄마, 우리 아버지

 

지난 5월 어느 날, 언니와의 접견 때 일이었다. 언니가 내게 말했다.

 

“엄마가 이상해. 이번 주 요양병원에 면회 갔더니 ‘그동안 고마웠다’ 하시는 거야… 이제 가시려나 봐. 그런 말씀 하신 적 없는데…”

 

그 말을 듣고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스마트 접견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매달렸고, 6월 초에 드디어 엄마를 보게 되었다.

 

5년 만에 화면 너머 마주한 엄마는 콧줄을 끼고 있었고, 초점 없는 눈동자에 얼굴엔 주름이 가득했다. 엄마는 굽은 손을 힘없이 흔들며 “〇〇야 사랑해, 우리 둘째 딸 사랑해”라는 말만 10분 동안 되뇌었다. 결국 엄마는 6월 26일 하늘나라로 가셨다.

 

철이 든다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큰 축복 중 하나임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고, 환갑을 바라보는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우리 4남매를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게 해주신 아버지, 어머니의 몸을 아끼지 않으셨던 사랑. 그 사랑을 날마다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성장하면서 부모님의 심경을 헤아려 드리지 못했던 내 행동에 대한 죄송함을 감출 수가 없다.

 

유난히 연약했던 엄마는 늘 집에 링거병을 두고 사셨다. 그래도 매번 손빨래를 하시며 가족들 옷은 청바지에 속옷까지 깨끗하게 다려 입히셨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집을 유지하면서도 매일 새로운 반찬을 해 주셨고, 김치도 잘 담그셨다. 그래도 여전히 소녀처럼 꽃을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몸이 약한 엄마를 위해 전국의 유명한 한의원, 병원이라면 다 다니셨다. 그러면서 맛있는 거 있으면 늘 엄마를 먼저 챙겨주셨고,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손수 농사지으신 고구마, 감자 박스를 번쩍 들어서 차에 실어주시곤 했었다. 사우디 1기로 파견 가셔서 당신의 삶을 사우디의 열기 속에 녹이셨던 크고 귀한 사랑을 생각하면, 내게는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기분이 든다.

 

아버지는 엄마가 가시고 2주 뒤, 엄마를 따라 하늘로 가셨다. 살면서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표현 한 번 못 하고 늘 사랑을 받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이 되어 두 분이 먼 길을 가실 때 배웅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는 내가 소싯적의 그분들만큼 나이를 먹었다. 부모님이 주신 좋았던 기억들과 감사한 마음이 오늘을 또 힘내서 살게 하고, 나도 아이들에게 그런 사랑을 주는 삶을 살자고 다짐하게 한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우리 아버지! 당신들의 딸이라서 감사했습니다. 당신들의 딸이라서 행복했습니다. 잘 가시라고,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시라고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채수범 기자 cotnqja1111@gmail.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