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안내서] 19. 검방

  • 등록 2025.08.21 15: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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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방은 교정시설에서 빠질 수 없는 일상적인 업무 중 하나입니다. 정식 명칭은 ‘거실검사’라고 부르며, 수용자가 생활하는 거실이나 작업장 등 모든 생활 공간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절차입니다. 시설 내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관리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검방이 시작되면 수용자들은 방 안쪽을 등지고 서 있어야 합니다. 검사 과정을 직접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근무자는 방 안 구석구석을 확인하며 규정에 어긋나는 물건이 있는지 꼼꼼히 살핍니다.

 

문이 자동으로 닫히지 않게 하려고 슬리퍼를 끼워둔 모습처럼, 검방 때만 볼 수 있는 특유의 풍경들도 참 익숙합니다.

 

검사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물건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끝을 뾰족하게 깎아 위험하게 변형시킨 칫솔부터, 만화책을 뭉쳐 만든 아령이나 모래를 채운 수제 운동기구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가끔은 과자 상자를 정교하게 오려 만든 카드처럼 나름의 ‘창작물’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물건의 주인을 찾으려 하면 대부분 “모른다”거나 “이미 출소한 사람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오곤 합니다. 검방 현장에서 매번 반복되는 익숙한 장면들입니다.

 

어떤 날은 전혀 다른 상황으로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 한 번은 화장실 벽에 연예인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규정상 사진이나 포스터는 벽에 부착할 수 없기 때문에 모두 떼어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접어서 보관하는 정도만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독 원칙대로 강하게 반응하며 포스터를 하나하나 뜯어내던 후배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하지만 검방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감정이 불쑥 찾아오기도 합니다. 수용자가 받아둔 편지를 우연히 보게 되는 경우인데, 어느 날은 한 아이가 쓴 편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빠, 미국에서 돈 많이 벌어오세요. 너무너무 사랑해요.”라는 짧은 문장이었습니다.

 

그 글귀를 보는 순간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결국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밖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살던 이들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검방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점검 업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교정시설의 차가운 현실과 뜨거운 사람 냄새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규칙을 엄격히 지키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민낯이 드러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다 보면 결국 한 가지를 느끼게 됩니다. 어떤 환경에 놓여 있든 사람은 결국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는 따뜻한 시선이 있을 때 비로소 관리도, 관계도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채수범 기자 cotnqja@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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