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안내서] 20. 셋방살이

  • 등록 2025.08.21 15:36:09
크게보기

 

‘셋방살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렸던 시절의 경험입니다. 몇 년 전, 검찰청 호송출장소에서 근무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호송출장소란 재판이나 검찰 조사 등을 위해 이동하는 수용자들을 잠시 머물게 하는 일시 수용시설로, 경찰과 교도관이 한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며 관리하는 곳입니다.

 

제가 있던 곳은 검찰청 뒤편, 사람 왕래가 거의 없는 구석진 위치였습니다. 따로 지정된 흡연구역이 있긴 했지만,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환경 덕분에 근무자들은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가까운 야외에서 담배를 피우곤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문제가 생길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사이 출장소 앞에 ‘금연구역’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누군가 보건소에 민원을 넣은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근무복을 입은 채 눈치를 보며 지정된 장소까지 멀리 이동해야 했고, 이전처럼 자유롭게 숨을 돌릴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더 억울하게 느껴졌던 건, 애초에 그 주변은 민원인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곳이었다는 점입니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괜히 배신감까지 느껴졌고, 동료들끼리 농담 섞인 ‘공조수사’를 하며 신고자를 추정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확인할 방법도, 대응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 공간의 주인이 아니라 그저 빌려 쓰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른바 ‘셋방살이’였던 셈입니다. 검찰청에 재떨이 하나만이라도 설치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근무 기간 내내 눈치를 보며 생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저 불편하고 짜증 나는 일로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것 또한 하나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마주할 때면 그때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이 떠오르고, 그 시절의 공기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곤 합니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기보다는, 서로의 공간과 규칙 속에서 조율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때로는 불편하고 이해되지 않는 일도 있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조금씩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회를 유지하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지나고 보면 사소했던 일들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기억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의 불편함조차, 언젠가는 따뜻하게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채수범 기자 cotnqja@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