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 넘어선 폭염…교정시설 실내 온도 규정 시급

  • 등록 2025.08.22 15: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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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정시설 내부 온도가 실외보다 더 높은 수준에 달해 수용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익인권변호사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법무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기준 전국 55개 교정시설의 수용실 내부 온도는 최고 34도까지 치솟았다.

 

당시 오후 2시 기준으로 인천구치소와 안양교도소는 각각 34도를 기록했고, 서울남부구치소 33도, 광주교도소도 33도, 서울구치소는 32.3도를 나타냈다. 청주여자교도소(32.1도), 강릉·대구·제주교도소(각 32도), 부산구치소(31도) 등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교정시설 내에서 고온 상태가 지속되자, 실제 온열질환 발생 사례도 보고됐다. 같은 달 1일부터 10일까지 공주·광주·영월·울산·천안개방교도소 등 5곳에서 총 7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과거에는 열악한 여름 환경 탓에 사망 사고도 있었다. 2016년 부산교도소 조사수용방에서는 선풍기도 설치되지 않은 채 고온에 노출됐던 수형자 2명이 하루 간격으로 잇따라 숨졌다. 일각에서는 수용자들이 자발적 일탈로 자유를 박탈당했더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교정시설 내 온도 관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현행 형집행법에는 냉방시설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난방에 대해서는 기준이 있지만, 혹서기에 대비한 냉방시설 의무 기준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일 발표한 ‘뜨거운 여름이 형벌이 될 수 있는가’ 보고서에서 “수형자가 자유를 박탈당했더라도 추가적인 비인간적 고통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며, 실내 적정 온도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혜미 입법조사관은 “교정시설의 열악한 환경은 현대 행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수용자에게 생명과 건강을 지킬 최소한의 조건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의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9년 법무부에 수용거실의 적정 온도 기준을 법령에 명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혹서기 대응 방안으로 냉장 음료 제공, 고위험군 조기 선별 및 관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적 보완은 미흡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용자 인권 보장을 위한 국제 기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엔의 ‘수용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은 “기후에 적합한 생활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수용시설의 적정 온도 기준 확립은 특혜가 아니라 기본권 보장의 일환”이라며, “당장 법제화는 어렵더라도 법무부 내부 지침으로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실용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혜민 기자 hm0564@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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