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거점을 둔 투자 사기 조직의 운영 방식과 범행 구조가 드러나면서, 조직적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단순 가담을 넘어 범죄단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통솔 체계에 대한 인식 여부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가상자산 투자 사기 범행에 가담한 일당 20명을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 등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 가운데 모집 역할을 맡은 7명은 구속 상태로 송치됐고, 해외에 머물고 있는 조직 관리책 등 7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요청된 상태다.
수사 결과 이들은 캄보디아에 사무실을 두고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허위 투자 플랫폼을 운영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주가 지수와 연동되는 것처럼 화면을 조작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접근한 뒤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내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조직은 총책을 중심으로 역할을 세분화해 운영됐다.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인력과 상담을 담당하는 조직원, 자금 이동을 관리하는 인력 등이 나뉘어 활동했고, 범죄 수익은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확인된 피해자만 수십 명에 이르고, 송금된 금액 역시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피해자는 수억원을 잃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범죄단체 혐의 적용 여부다.
형법은 중대한 범죄를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에 가입하거나 활동한 경우 가중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재판에서는 단순 가담만으로는 부족하고, 조직의 존재와 운영 구조를 인식한 상태에서 활동했는지가 함께 입증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실제 판례에서도 이러한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2023년 대구지방법원은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말단 역할을 맡았던 피고인에 대해 조직의 통솔 체계에 편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죄단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해외 체류 피의자들에 대해 내려진 인터폴 적색수배는 회원국에 해당 인물의 소재 확인과 체포 협조를 요청하는 절차다. 자체적으로 체포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지에서 발견될 경우 임시 체포와 함께 범죄인 인도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직의 운영 구조와 자금 흐름을 추가로 분석하고, 해외에 있는 핵심 인물들에 대한 신병 확보 절차도 병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기관이나 전문가를 사칭하며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 권유는 대부분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플랫폼을 통한 투자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