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도소에 수감된 피고인의 ‘유일한 소통창구’인 변호사가 선임 이후 별도의 ‘접견비’를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접견 활동이 통상적인 변호 업무에 포함되는 만큼,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접견비 요구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변호사법이나 민법에는 ‘접견비’ 항목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다만 민법 제687조는 “수임인이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비용을 선급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교통비·숙박비 등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실비 청구는 가능하다. 그러나 접견 자체는 변호사 본연의 업무에 해당하므로, 이를 별도 보수 항목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의뢰인은 “1000만 원이 넘는 착수금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검찰 조사 동행을 요청하자 ‘출장비’를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수임료로 2000만 원을 지급했는데 변호사가 접견할 때마다 3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요구가 실비 보전 차원인지, 사실상 추가 보수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접견비가 단순히 교통비·숙박비 등의 실비라면 청구가 가능하지만, 변호사의 시간과 노고에 대한 대가라면 이는 선임료(착수금)에 이미 포함된 업무 범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법원도 일관되게 ‘접견비’를 별도 보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법 제686조 제3항은 위임계약이 중도 해지될 경우 수임인은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형사사건 위임계약 해지 사건에서 적정 보수액을 500만 원으로 산정하고, 이를 초과해 지급된 금액의 반환을 명령했다(2024나67852). 서울고등법원도 “성공보수를 받지 못하는 것은 계약 해지의 당연한 결과”라며 의뢰인에게 추가 배상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2024나20394941)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의 본질이 신뢰관계에 기초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변호사가 부당한 비용을 요구해 신뢰관계가 훼손됐다면, 의뢰인은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법원 역시 이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이 경우 착수금 전액이 변호사에게 귀속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수행된 업무 가치를 기준으로 보수가 산정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 변호사는 “출장비처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실비는 청구할 수 있다”면서도 “계약시 접견비용 등을 명시하지 않았는데 이후 별도로 접견비를 요구하는 것은 계약에 없는 보수 청구로, 오히려 계약 해지와 착수금 반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접견비 논란’은 단순히 금전 문제가 아니라 변호사와 의뢰인 간 신뢰 문제”라며 “분쟁을 줄이려면 투명한 계약 체결과 제도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