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4월 기관에서 인사와 징계 업무를 맡게 되면서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징계자가 발생하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2007년부터 2010년 3월까지 3년 동안 소년수 폭행 사건, 도주 사건, 복지과 비리 사건 등 여러 일로 30여 명의 동료가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직원들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 일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기관은 다른 곳에 비해 징계가 유독 많았다. 법무부에 최근 3년간 징계 현황을 보고할 때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 “자료가 잘못된 것 아니냐. 한 기관에서 3년 동안 30명 넘게 징계를 받는 경우가 있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다행히 내가 인사와 징계 업무를 맡은 뒤 약 2년 동안은 단 한 건의 징계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친한 동료가 찾아와 잠깐 보자고 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음주운전에 적발됐다는 것이었다. 식당에서 반주를 하던 중 식당 앞에 주차된 차를 잠깐 빼달라는 요청을 받고 몇 미터 이동했는데 그때 단속에 걸렸다는 것이다.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2년 만에 발생한 징계 건이 하필 이 친구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두 번째 징계 사건은 인사업무에서 나오기 두 달 전 발생했다. 성추행 사건이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다 지나가던 여성과 부딪혔는데 여성이 성추행으로 신고한 것이다. 직원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고 단순히 부딪힌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여성은 갑자기 끌어안았다고 주장했다.
여러 정황을 보면 억울한 측면이 있어 보였다. 결국 당사자 간 합의로 사건은 종결됐지만 징계 절차는 남아 있었다. 문제는 이 직원의 상황이었다.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았고 부부 관계도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게다가 다음 달이면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징계를 받으면 최소 2년 이상 승진이 늦어지는 상황이었다.
징계위원회 자료를 준비하면서 징계 기준을 확인했다. 성추행은 원칙적으로 징계 대상이며 감경 규정도 거의 없었다. 최소 견책부터 시작하는 구조였다. 징계위원회는 반드시 열어야 했고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민 끝에 당시 행정안전부 징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억울한 정황이 있는 경우에도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하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그 판단은 징계위원회의 몫”이라며 “억울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불문경고로 의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교정본부 징계 담당자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천 주임님이 하는 걸 누가 말리겠어요. 알아서 처리하세요”였다. 교정청 인사팀에서는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무조건 징계를 줘야 한다며 만약 징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말까지 했다.
3~4일 동안 고민했다. 당시 나는 교위 12년 차였고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경고 하나만 받아도 승진이 늦어질 수 있었다. 규정대로 징계를 주면 마음은 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직원의 인생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나는 경고 한 번 받고 조금 늦게 가면 된다.” 내 양심이 징계를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소장에게 솔직하게 의견을 말씀드렸다. 소장은 한참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래… 사람 하나 살려주자.” 징계위원회에 올릴 자료를 최대한 자세히 준비했다. 해당 직원이 과거 자살사고를 예방해 장관 표창을 받은 사실, 사건 정황, 행정안전부 담당자와의 통화 내용 등을 모두 정리했다. 징계위원회 당일. 위원들이 자료를 검토한 뒤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압도적인 불문경고였다.
그러나 그 뒤로 나는 2년 동안 각종 감사에 시달려야 했다. 법무부 감사, 본부 감사, 교정청 감사 때마다 이 사건이 다시 거론됐다. 인사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어느 감사 자리에서 나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가능하다고 했고 본부에서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청에서만 직원 징계를 못 줘서 안달입니까?”
그 말 이후 감사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불문경고를 받은 그 직원은 다음 달 교위로 승진했다. 이후 가정도 안정을 되찾았고 직장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근무하다 명예롭게 퇴직했다. 나는 법이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다. 엄정함 속에 따뜻함이 있어야 진짜 법이 된다. 징계 역시 마찬가지다.
징계는 사람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징계는 단호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억울한 사람이 생기도록 규정만을 들이대는 행정은 올바른 행정이 아니다.
내가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정해진 규정만 따라 일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공무원은 그 틀을 넘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행정을 해야 한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