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금을 대표자 개인 계좌로 옮겨 암호화폐 투자나 세금 납부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가 형사상 횡령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인 회사 구조에서 대표자의 자금 사용 범위와 형사책임 인정 기준이 반복적으로 문제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회사 자금을 대표자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 통상 업무상횡령이 성립하며, 금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할 때 성립하며, 업무상 보관 관계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업무상횡령으로 가중된다. 특히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
쟁점은 회사와 대표자의 법적 관계다. 법원은 “지분을 100% 보유한 1인 회사라 하더라도 회사와 대표자는 별개의 법적 인격”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표자가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면 원칙적으로 횡령이 성립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회계상 ‘가지급금’으로 처리했다는 사정만으로 위법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실질적으로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회계 처리와 관계없이 횡령으로 평가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대표자가 회사에 대해 미지급 보수나 대여금 등 정당한 채권을 가지고 있고, 자금 사용이 그 채권 변제의 일환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채권의 존재와 변제 관계가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한다는 점에서 인정 범위는 제한적이다.
이 같은 법리는 최근 판결에서도 재확인됐다. 그룹 슈가 출신 배우 황정음 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재판에 따르면 황정음은 2022년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기획사 명의로 대출을 받은 뒤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형태로 개인 계좌로 옮겨 암호화폐 투자에 사용했다. 같은 방식으로 수차례에 걸쳐 약 42억 원을 투자하고, 카드 대금과 세금 등 개인 비용도 회사 자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대표자가 회사 자금을 업무상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이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행위는 횡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1인 회사라는 사정이나 가지급금 처리만으로 위법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다만 양형에서는 유리한 사정이 반영됐다.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피해액 전액을 변제한 점 등이 고려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이 1인 회사에서의 자금 사용과 관련한 형사책임 기준을 다시 확인한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회사 자금을 개인 투자나 세금 납부 등에 사용하는 경우 회계 처리 방식과 관계없이 횡령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인출·사용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 등 적법한 절차가 있었는지, 이자나 변제기 약정이 존재하는지, 실제 변제 관계가 객관적으로 입증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후에 변제하거나 반환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횡령의 고의를 뒤집기는 어렵다”며 “초기 자금 사용 구조 자체가 형사책임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