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만 수용은 위법”… 과밀수용 국가배상 청구 가능해

  • 등록 2025.10.01 13: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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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법원 잇단 판단에 국가 책임 불가피
법무부, 수용 인원·거실 면적 자료 불제출
핵심 증거 쥐고도 제출 거부에 비판도
수형자 인지 못해 소송 참여 어려움도

 

“불가침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천명한 헌법 제10조, 수형자의 기본적 처우 보장을 위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법무시설 기준규칙’, ‘수용구분 및 이송·기록 등에 관한 지침’, 관련 국제규범, 외국의 판례 등에 비추어 볼 때, 국가는 수형자가 수용생활 중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교정시설 내에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의 수용면적을 확보하여야 한다.”

— 2016년 헌법재판소 과밀수용 위헌 결정문 중

 

2011년 부산지방변호사회는 부산교도소 수형자 2명을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각각 7천만 원과 3천만 원을 청구하는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과밀수용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등 육체적 고통과 화장실·냉난방·통풍조차 보장되지 않아 심각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현행 법률과 규정 어디에도 수용면적 기준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국면이 바뀐 것은 2016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다. 헌재는 1.06㎡의 좁은 공간에서 생활한 수형자의 헌법소원을 심리하며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과밀수용은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최소한 2.58㎡의 수용공간은 확보돼야 한다”며 국가의 개선 의무를 명확히 했다. 다만 교정시설 확충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5~7년 내 개선을 촉구했다.

 

이듬해인 2017년 8월 부산고법 민사6부(재판장 윤강열)는 1심 판결을 뒤집고 “1인당 수용 면적이 기본 욕구조차 충족하기 어렵게 좁으면 헌법상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다”며 국가가 원고들에게 각각 300만 원, 1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청구액의 1/10 수준이었지만, 과밀수용이 위법임을 처음 인정한 판결 이였다.

 

이어 2022년 7월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상고를 기각하며 국가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수형자 1인당 수용면적이 2㎡ 미만인 거실 수용은 위법”이라는 판단이었다. 다만 법무부 내부 기준인 2.58㎡보다 낮은 수치여서 “최소선이 오히려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같은 해 국가인권위원회도 국제적십자사(5.4㎡), 미국 연방시설(5.57㎡), 독일(6~7㎡), 일본(10㎡)과 비교하며 한국의 3.4㎡·2.58㎡ 기준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은 “인간의 존엄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대법원 확정 판례 이후에도 기준이 법률로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독거수용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혼거수용이 일반화돼 있다. 법무부 내부 지침의 3.4㎡·2.58㎡ 기준 역시 권고에 불과하고, 법원은 사실상 판례를 통해 ‘2㎡ 미만’을 위법성 경계선으로 삼고 있다.

 

 

실제 판례들을 분석한 결과, 하급심은 일관되게 ‘2㎡ 미만’을 위법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24년 창원지법은 “헌재가 제시한 2.58㎡는 헌법적 요청일 뿐, 현실적으로는 2㎡ 미만이 위법 기준”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구고법 역시 2024년 4월 항소심에서 “248일간 2㎡ 미만 수용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위법한 처우”라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용자가 눕거나 움직일 최소 공간조차 확보되지 못하는 상황은 사회통념상 수인할 수 없는 피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법원 확정 이후 국가를 상대로 한 과밀수용 손해배상 소송이 급증했지만, 재판이 수년째 공전 중이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사건은 200건에 달하며, 소송마다 수십 명씩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원고는 수천 명에 이른다.

 

그러나 소송의 핵심 증거인 거실 면적과 수용 인원 자료를 법무부가 제출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수용 인원은 시시각각 변해 별도 자료를 만들어야 하며, 개인정보 문제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법원은 “결국 원고 청구를 기각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질타했다.

 

또 다른 문제는 수형자 상당수가 위헌 결정과 국가배상 판례 자체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집단소송을 진행하려 해도 대부분 수형자나 출소자가 법적 권리를 몰라 개별 의뢰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과밀수용은 이미 헌재의 위헌 결정과 대법원의 국가배상 판례까지 나온 사안”이라며 “법무부가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는 건 문제 해결이 아니라 은폐”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가는 소송 상대방이자 동시에 국민의 권리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며 “객관적 사실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한 뒤 법리로 다투는 것이 마땅하다. 법무부가 ‘패소 회피 전략’으로 버티는 것은 국민 기본권을 무겁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임예준 기자 cotn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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