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법원이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피고인들에게 전반적으로 엄격한 양형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담 정도에 따라 형량은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
범죄단체에서 지시·관리 역할을 한 총책은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은 반면, 단순 가담자는 벌금형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5일 〈더시사법률〉은 ‘엘박스 리걸테크’를 활용해 2025년 선고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관련 판결문 가운데 최근 선고된 17건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 53명 중 51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가운데 45명은 실형이 선고됐고,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받은 피고인은 6명에 불과했다.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선고자는 6명에 그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개인 전과나 피해액보다 조직 내 역할을 중심으로 형량을 결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범죄단체에서 범죄를 총괄한 피고인들은 대부분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대전고법은 범행을 총괄한 피고인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0년을 확정했고, 조직 운영을 함께 주도한 상위 가담자에게도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반면 콜센터 상담, 유인, 번역 등 중간급 가담자들에게는 가담자들에게는 통상 징역 4~6년이 선고됐다. 춘천지법은 조직원 모집을 담당한 팀장급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을, 유인책에게는 징역 5년 6개월, 송금책 3명에 대해서는 각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조직적·지능적 범죄로 사회적 폐해가 크며, 피해 회복 또한 용이하지 않다”며 “범행을 주도하거나 핵심 역할을 담당한 피고인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범행을 직접 기획하거나 조직을 관리한 수준에는 이르지 않은 점, 개인적 이익이 크지 않은 점, 일부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계좌만 대여한 경우에는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 인천지법은 범죄조직에 계좌를 제공한 피고인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을 선고했고, 서울동부지법도 유사한 혐의 피고인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판단했다.
다만 계좌 모집을 조직적으로 주도하거나 자금세탁을 병행한 경우에는 ‘단순 가담’으로 보지 않았다. 창원지법은 단순 계좌 대여로 기소된 피고인 3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대포통장 모집과 관리를 담당한 피고인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피해액 규모는 일부 참작 사유로 고려됐지만, 조직 내 역할만큼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울산지법은 90명 이상 피해자에게 총 97억 원을 편취한 상담원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으며, 유사 사건에서도 피해액이 달랐지만 형량은 4~5년 범위에서 결정됐다.
반대로 대구고법은 3억 원 상당을 편취한 상담원에게도 징역 4년을 선고하며 역할 중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가담 기간이 짧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형량을 감경했다. 대구고법은 상담 업무를 담당한 피고인에 대한 원심 징역 4년 6개월을 징역 4년으로 낮춰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당한 피해 회복이 없는 총책이나 상위 간부에 대한 항소는 대부분 기각됐다. 무죄가 인정된 사례는 피고인의 가담 사실이 정황만으로는 증명되지 않는 경우에 한정됐다.
무죄의 경우 피고인의 혐의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때에만 인정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계좌 전달·관리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정황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최근 법원은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역할 중심 양형’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며 “피해액이 수억 원에 달하더라도, 조직 내 위치가 낮거나 단순 가담에 그친 경우에는 감경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피해회복 여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조직 내 역할과 가담 정도를 중심으로 형량이 정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이는 피해 회복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적 범죄의 특성을 감안한 법원의 실질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