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2일 오전 5시 1분. 26세의 여성 김모씨는 귀가하기 위해 부산시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 들어섰다. 김씨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던 그때, 김씨 모르게 그의 뒤를 밟고 쫓아온 이모씨(당시 30세)가 돌려차기로 김씨의 후두부를 가격했다. 김씨의 몸이 복도 벽면에 부딪힐 정도로 갑작스럽고 힘이 실린 공격이었다.
김씨가 바닥에 쓰러지자 이씨는 김씨의 휴대전화부터 빼앗은 뒤, 다시 강한 발길질로 김씨의 머리 부위를 여러 번 폭행했다. 김씨는 끝내 의식을 잃고 말았다. 첫 돌려차기부터 김씨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초에 불과했다.
이씨는 실신 상태의 김씨를 어깨에 들쳐 업고 CCTV가 비추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향했다. 그로부터 약 7분가량이 흘렀고, 이씨는 의식 없는 김씨를 1층 복도 바닥에 두고 현장을 벗어났다. 이후 오피스텔 입주민에 의해 발견된 김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외상성 두개 내 출혈 등의 뇌손상과 오른쪽 발목의 영구장애 가능성 등의 진단을 받았다.
부산경찰청은 사건 현장의 CCTV 등을 확인, 추적해 사건 발생 3일 만에 부산의 한 모텔에서 그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김씨와 가해자 이씨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다. 검거 직후 이씨는 “김씨가 째려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씨가 피해자의 머리만 집중적으로 가격한 점을 들어 살해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2022년 10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재판에서 재판부는 이씨의 살인미수죄를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구형은 징역 20년이었다.
이후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사건 당일 CCTV에 찍히지 않은 7분 사이 이씨의 성폭행 정황을 확인했다. 피해자의 청바지에서 이씨의 DNA를 검출하는 등의 혐의 입증을 통해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실신한 피해자의 청바지와 속옷을 벗긴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은 강간의 목적 내지 수단으로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했다고 인정된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에 이씨는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통해 살인과 강간의 고의 등의 혐의를 부인하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항변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0년의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피해자 김씨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20년 뒤에 있을 이씨의 출소를 걱정했다. 끝까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은 이씨의 재범을 우려한 것이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이씨는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30점 만점에 23점, 사회적 범죄 재범 위험성(사이코패스 검사(PCL-R))은 40점 만점에 27점을 받아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씨는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에서조차 본인이 왜 이렇게 많은 형량을 받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씨의 출소를 우려하는 시선은 또 있다.
MBC ‘실화탐사대’는 이씨와 같은 구치소에서 생활했다는 A씨의 제보 편지를 공개하며 이씨가 피해자의 신상을 모두 외운 상태에서 탈옥해 피해자를 죽여버리겠다고 공연히 말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피해자는 2차 보복의 두려움에 이씨의 신상 공개를 강력하게 원했다. 하지만 신상공개 제도의 허점으로 불가능했다.
피의자 신상공개가 가능한 범죄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해당할 때만 가능한데, 이씨의 범죄는 이에 해당되지만 피의자 신분이 아닌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었기 때문에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씨가 피의자 신분이었을 때도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경찰이 성범죄 혐의를 확인하지 못해 기소 내용에서 빠져있었던 것이다.
한편 유튜버 ‘카라큘라’가 자신의 채널에서 이씨의 이름과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해 사적 제재 논란이 일었으며, 이로 인해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