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무법인 시그널 이홍열 변호사 “되돌릴 수 없기에 끝까지 파고듭니다”

  • 등록 2025.12.30 1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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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먼저 독자분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시그널의 이홍열 변호사입니다. 사법시험을 통해 검사로 임관해 약 10년간 수사와 형사재판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재직 중에는 여러 검찰청에서 근무하며 일반 형사 사건을 비롯해 특수·공안·조세·외사 사건 등 다양한 유형의 사건을 처리했습니다. 현재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형사 사건을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형벌의 목적을 두고 응보와 예방 사이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형사정책은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시나요?


A.  형벌의 목적을 응보와 예방 중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라는 응보의 원칙 위에, 재범 방지와 사회 보호라는 예방적 기능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만 현실의 형사정책은 범죄 유형에 따라 무게 중심이 다소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강력범죄나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의 경우에는 엄정한 처벌을 통해 책임을 묻는 응보적 요소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보이스피싱, 마약, 소년범죄처럼 재범 가능성과 사회 복귀 문제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치료·교정·재활 프로그램 등 예방적 접근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피해 회복과 공동체 복원을 중시하는 회복적 사법의 논의도 확대되고 있어, 단순한 처벌 강화만으로는 형벌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형사정책은 응보와 예방 중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기보다는, 범죄의 성격과 사회적 요구에 따라 두 요소를 조정하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Q. 강력 범죄나 디지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곤 합니다. 실제로 형벌을 강화하면 범죄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A. 단정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다만 형사정책적으로 축적된 연구들을 보면 처벌의 강도보다 처벌의 확실성이 범죄 억제에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형량이 높아지는 것보다 범죄를 저질렀을 때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이 실제 억제력으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범죄 유형에 따라 다르게 볼 필요도 있습니다. 충동적으로 발생하는 범죄는 형량 수준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계획적이고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는 처벌 강화가 어느 정도 억제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범죄의 경우는 조금 다른 시각이 필요합니다. 익명성과 국경을 넘나드는 특성상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탐지 역량과 수사 기술의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국 형벌 강화는 범죄 대응의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여론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형량을 높이는 것이 실제 범죄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형벌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재사회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 형사제도가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담아내고 있다고 보십니까?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균형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형사제도는 응보와 억제 즉 책임을 묻고 다시는 못하게 막는 기능에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재사회화는 제도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 교정 현장에서 그것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나 출소 이후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부분입니다. 형기를 마치고 나왔을 때 다시 범죄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재사회화는 목표로만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것이 처벌을 가볍게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책임을 묻는 것과 재사회화를 돕는 것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두 목표가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법원이 형량을 결정할 때 응보적 정의와 범죄 예방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판단하게 된다고 보십니까?


A. 현실적으로는 어느 한쪽만을 기준으로 삼기 어렵습니다. 양형은 그 자체가 여러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는 복합적인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법원이 가장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것은 결국 눈앞의 사건입니다. 이 사람이 무엇을 했고 그 행위가 얼마나 중한지를 먼저 따지게 되는 만큼 응보적 판단이 양형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의 정도 범행의 동기 죄책의 크기 이런 요소들이 형량의 기본 틀을 잡습니다.

 

범죄 예방의 관점은 그 위에서 작동합니다.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거나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는 사안에서는 예방적 고려가 형량에 반영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것이 지나치게 앞서면 아직 저지르지 않은 행위에 대해 미리 처벌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결국 법원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작업을 매 사건마다 반복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정답이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사건마다 달라지는 판단의 연속인 셈입니다.


Q. 앞으로 우리 형사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응보 중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과 예방·재사회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각이 엇갈리는데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응보는 형사정책의 포기할 수 없는 기반입니다. 범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기도 하고 법질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기능도 합니다. 이 부분을 약화시키는 방향은 사회적 수용을 얻기 어렵습니다.

 

동시에 처벌만으로 범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현실입니다. 출소 이후 다시 범죄로 돌아가는 순환을 끊으려면 교정과 재사회화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강하게 처벌하고 그것으로 끝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고 봅니다. 책임을 엄정하게 묻되 그 이후의 과정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형사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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