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트레이딩봇을 내세워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대규모 투자금을 모집한 금융사기 사건에서 관련자들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확정수익과 원금보장을 약속한 투자 유치 행위는 사기와 유사수신이 결합된 범죄로 평가되며, 공범 범위와 추징 여부까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팝콘소프트 의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안모 대표와 오모 회장에게 선고된 각 징역 12년과 법인 팝콘소프트에 대한 벌금 5000만원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 의장 등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자체 개발한 AI 트레이딩봇으로 선물거래를 하면 매월 원금의 15% 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하며 투자자를 모집해 약 3만 차례에 걸쳐 1200억원 상당을 송금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상위 투자자 300여 명으로부터 117억원을 편취한 혐의도 포함됐다.
수사 결과 해당 AI 프로그램은 자체 개발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무상으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실제 투자로 수익을 낸 사실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에서는 고수익 보장 약정의 실질과 공범 성립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법원은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면서 원금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 지급을 약속한 행위 자체가 유사수신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투자금을 받을 당시 약정한 수익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기망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일부 금액이 지급됐다는 사정이나 사업 설명만으로는 책임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안 대표와 오 회장은 단순 소개 또는 운영 비관여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인식하면서도 투자자 모집에 관여한 점을 근거로, 미필적 인식 하에 역할을 분담한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1심은 범행 규모와 피해가 중대하고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중형과 함께 거액의 추징을 명령했다.
다만 항소심은 일부 피해 변제와 처벌불원서 제출 등을 고려해 안 대표와 오 회장의 형량을 감경하고, 추징 명령은 취소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금융거래 내역 등을 통해 피해액을 특정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한 상태라면, 부패재산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피해 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추징은 범죄로 취득한 이익을 박탈하는 제도인 만큼, 피고인이 실제로 취득한 이익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경우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검사와 피고인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연령과 환경,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이후 정황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