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한 뒤 실제로 운영하거나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지 않는 방식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조세범처벌법은 조세 회피 목적의 명의차용과 세금계산서 관련 위반 행위를 각각 별도의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두 행위가 함께 이뤄질 경우 병과 처벌이 가능하다.
또 유류를 무자료로 거래하거나 무자격자로부터 공급받는 행위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타인 명의 계좌와 인증서 등을 넘겨받아 사용하는 경우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문제도 발생한다.
이처럼 명의차용, 세금 탈루, 유통질서 위반, 접근매체 사용이 결합된 경우 각 법률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책임이 무겁게 평가된다.
법원은 명의차용이 조세 회피 목적이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형식적 명의보다 실제 운영 주체, 수익 귀속, 거래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은 거래가 장기간 반복되고 규모가 큰 경우에는 조세 질서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엄격하게 판단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법리는 실제 사건에서도 적용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형사2단독(최승호 판사)은 조세범처벌법 위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5)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일부 압수품의 몰수를 명했다.
A씨는 2024년 3월 20일 강원 원주세무서에 타인 명의로 주유소 사업자등록을 한 뒤 다음 날부터 같은 해 6월까지 해당 주유소를 실제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명의차용을 계획·실행한 것으로 보고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제3자 명의로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무자료 유류’를 공급받아 세금을 탈루하기로 하고, 대출 알선업자를 통해 알게 된 B씨에게 명의 대여를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명의를 빌려주면 매달 50만원의 생활비와 일정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고 B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A씨는 B씨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게 한 뒤 통장과 출금용 도장, 공인인증서를 넘겨받아 직접 관리·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또 B씨 명의로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여러 공급자로부터 매입가액 기준 약 11억6000만원 상당의 유류를 공급받고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은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이와 함께 석유정제업자나 석유수출입업자, 일반대리점업자가 아닌 무자격자로부터 유류를 공급받아 유통 질서를 저해한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유통된 유류 규모와 세금계산서 미발급 금액이 11억원을 넘는 거액인 점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국가의 조세징수권 행사를 방해해 세정 질서를 문란하게 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과거 동종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으나 약 9년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점, 범행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향후 부과될 세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검찰과 A씨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함에 따라 사건은 춘천지방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