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사건, 차량 내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 될까

  • 등록 2026.01.03 13: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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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차량도 직무 관련성 인정 시 ‘직장’ 포함

 

방송인 박나래의 전 매니저들이 차량 이동 중 부적절한 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이동 중 차량 안에서 발생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판단 기준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리적 사업장이 아닌 공간에서도 ‘직장 내’로 볼 수 있는지, 사용자 지위 이용 여부가 주요 판단 요소로 지목된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직장’은 사업장 내부에 한정되지 않고 외근, 출장, 회식, 이동 차량 등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장소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이 확립돼 있다.

 

또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 ‘직장 내 성희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성적 언동은 언어뿐 아니라 시각적 행위도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이동 중 차량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회피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원치 않는 행위를 강제로 인지하게 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의 ‘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 요건 충족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나아가 해당 행위가 성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면 성희롱 해당성도 함께 검토 대상이 된다.

 

이 같은 법적 기준은 박나래의 전 매니저들이 제기한 진정 사건에서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전 매니저들은 지난달 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차량 이동 중 뒷좌석에서 이뤄진 특정 행위로 인해 근로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탑승한 상태에서 차량이라는 밀폐된 공간 특성상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며 “지위 관계 속에서 원치 않는 상황을 강제로 인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행위 도중 운전석 시트를 반복적으로 발로 차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한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동청은 이달 중 진정인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에서는 ▲업무 수행 중 발생한 행위인지 ▲행위자와 피해자 간 지위 관계 ▲정신적 고통 및 근무환경 악화 여부 등이 중점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는 당사자 간 법적 관계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연예인과 매니저 관계가 직접 고용인지, 소속사를 통한 근로계약 관계인지에 따라 ‘사용자’의 범위와 책임 주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해당 사안은 형사·민사 분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전 매니저들은 박나래를 상대로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하고 특수상해,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박나래 측은 허위 주장에 기반한 금전 요구라며 공갈미수 혐의로 맞고소하고, 횡령 혐의로도 추가 고소를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관련 사건은 총 7건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특수상해 혐의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전 매니저들에 대한 고소인 조사는 일부 마무리됐고, 박나래에 대한 피고소인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이 사건은 물리적 사업장이 아닌 이동 차량이라는 환경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며 “행위가 업무 관련 상황에서 이뤄졌는지, 지위 우위가 작용했는지, 피해자가 회피하기 어려운 구조였는지가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복성이나 구체적 행위 내용이 입증될 경우 법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채수범 기자 cotnqja@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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