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아내의 얼굴에 끓는 물을 부어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당 행위가 어디까지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단순 상해를 넘어 특수상해나 살인미수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끓는 물과 같은 고온 액체를 이용해 신체에 위해를 가한 경우, 형법상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범행으로 평가돼 특수상해가 성립할 수 있다.
위험한 물건은 흉기에 한정되지 않고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해를 가할 수 있는 물건 전반을 포함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실제 하급심에서도 뜨거운 국물이나 액체를 이용해 화상을 입힌 사건에서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해 특수상해를 인정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또 쟁점은 피고인의 고의 인정 여부다. 가해자가 “실수였다”고 주장하더라도 물의 온도와 양, 피해 부위, 범행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하게 된다. 특히 얼굴과 같은 주요 부위에 고온의 액체를 직접 가한 경우라면 상해 결과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감수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까지 문제될 수 있다. 다만 물의 양이나 반복성, 추가 폭행 여부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어 모든 사건에서 일률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경기 의정부에서 발생한 사건에서도 이러한 법리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의정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구민기)는 9일 잠들어 있던 아내의 얼굴에 끓는 물을 부어 중상을 입힌 혐의로 A씨를 구속기소하고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3일 정오께 의정부시 호원동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태국인 아내 B씨의 얼굴에 끓는 물을 부은 혐의를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범행 직후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날까 봐 못생기게 만들고 싶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에는 “넘어지면서 물을 쏟았다”며 입장을 바꿔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초기 진술과 이후 진술이 달라진 점 역시 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가 수면 상태였다는 점과 얼굴을 직접 겨냥한 행위는 의도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우선 고온 액체를 이용한 범행의 위험성과 피해 정도를 고려해 특수상해를 적용했지만 향후 재판에서 범행 경위와 고의의 정도에 따라 살인미수 해당 여부까지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지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해 사실을 공개하면서 알려졌고, 태국 현지 언론까지 보도에 나서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타닛 쌩랏 주한 태국대사는 병원을 찾아 피해자를 위로하기도 했다.
한편 피해자가 외국인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현행 제도상 범죄 피해를 입은 외국인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국내 체류가 가능하며, 치료비와 생계비 지원 등 보호 제도를 받을 수 있다.
검찰은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출입국당국에 체류 연장 협조를 요청하고, 생계비 지원도 연계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