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 뒤늦은 자백…법원 “양형 변경 사정 아니다”

  • 등록 2026.01.09 16:09:13
크게보기

늦은 인정은 불리…재범·전력 함께 고려

 

형사재판에서 자백이나 수사 협조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은 그 ‘시기’와 ‘진정성’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범행을 인정했다는 사정만으로 감형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자백이 언제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인정한 경우와 달리 1심에서 혐의를 부인하다가 항소심에서 이뤄진 자백에 대해서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을 신중하게 살펴본다.

 

자백이 재범 방지로 이어질 수 있는 진지한 반성에 기반한 것인지 여부도 함께 고려된다.

 

실제로 2024년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는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하다가 항소심에서 자백과 공탁을 한 피고인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통한 자백만이 재범 방지라는 순기능을 갖는다”며 “항소심 단계의 자백만으로는 양형을 변경할 만한 본질적인 사정 변경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원심에서 범행을 부인함에 따라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해 범행 당시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종 범죄 전력이 반복되거나 누범 기간 중 재범이 이뤄진 경우에는 자백이나 수사 협조만으로 형량을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 같은 기준은 최근 마약 사건에서도 확인됐다. 춘천지방법원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함께 115만 원 추징도 명령했다.

 

A씨는 2024년 1월과 7월 중국 메신저 앱 ‘위챗’을 통해 알게 된 인물 등으로부터 필로폰 총 3.6g을 매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 일부를 세 차례에 걸쳐 투약하고, 나머지는 비닐봉지에 담아 소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 부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동종 마약 범죄로 여섯 차례 처벌받았음에도 누범 기간 중 다시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며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북한이탈주민인 점, 신장암 수술을 받은 건강 상태, 탈북 이후 해외에 체류 중인 아들이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사정 등은 양형에 일부 참작됐다.

 

항소심에서는 양형의 적정성이 쟁점이 됐다. A씨와 검찰 모두 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A씨는 항소심에서 일부 범행을 자백하고 수사기관에 마약범죄 관련자들을 제보한 점을 감형 사유로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양형을 변경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보한 범죄가 피고인에게 적용된 범죄보다 현저히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별양형인자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자백 역시 그 시기와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원심 판결 이후 양형 조건에 본질적인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결국 A씨는 반복된 동종 범죄 전력과 누범 기간 중 재범이라는 점이 중하게 고려되면서 자백과 수사 협조에도 불구하고 형량을 줄이지 못했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자백은 시기와 경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단순한 인정만으로 감형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임예준 기자 cotnqja@naver.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