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돈 코인으로 바꾸면…몰수·추징 가능할까

  • 등록 2026.01.10 13: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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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금 코인으로 전환해 전달
불법 환전소 운영…2496억원 규모 자금세탁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범죄수익 인정 여부와 몰수·추징, 환급 절차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4단독 강영선 판사는 10일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3년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 2명에 대해서는 2억~3억원대의 추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는 범행을 주도하며 수십억원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피고인들 역시 적극 가담해 책임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불법 코인 환전소를 운영하며 보이스피싱 피해금 등 2496억원을 직원 명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후 이를 현금화한 뒤 가상자산으로 전환해 조직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채 685억원 상당의 가상자산 매매를 영업으로 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지와 전환 행위 자체가 은닉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범죄수익은닉 규제법은 범죄수익의 가장·은닉 행위를 처벌하고, 해당 재산이나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 몰수 또는 추징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금 형태의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전환된 경우에도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으로 인정될 수 있어 형사적 회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판례도 같은 취지다. 2023년 서울고등법원은 횡령금으로 매수한 가상자산이 특정되어 현존하는 경우, 추징이 아니라 몰수가 원칙이라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전자지갑과 거래소를 반복적으로 거치며 가상자산을 분산 이전한 행위를 범죄수익 은닉으로 보고, 이러한 거래 구조 자체를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하기도 했다.

 

다만 피해 회복 측면에서는 한계도 드러난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자금의 송금·이체’를 전제로 지급정지와 환급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이 여기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가상자산이 재산적 가치를 지니더라도 이를 곧바로 ‘자금’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이로 인해 피해금이 계좌 단계에 있을 때는 환급 절차가 가능하지만, 가상자산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제도 적용이 어려워지는 구조가 나타난다.

 

수사 과정에서는 가상자산의 이동 경로와 귀속 관계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지갑 주소, 거래소 계정, 코인 수량 등을 통해 압수 가능성을 판단해야 하며, 제3자 이전 여부와 실제 소유 관계를 구분하는 문제도 함께 검토된다.

 

한편 검찰은 이 사건과 별도로 A씨 등이 수사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서울 지역 경찰서 소속 총경과 경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확인해 지난해 11월 이들을 구속한 바 있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이 늘면서 관련 법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며 “환급 절차와 몰수 제도 연계, 가상자산의 법적 개념 정립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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