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어려운 가족을 돌보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간병 부담’과 ‘형사책임’의 경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법원은 생활고나 돌봄의 어려움을 일정 부분 참작하면서도, 보호의무를 저버려 생명 침해 결과로 이어진 경우에는 엄정한 책임을 묻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제51조는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장기간 간병에서 비롯된 정신적·육체적 부담은 양형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사정이 형사책임 자체를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사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보호의무 위반의 정도와 사망 결과 발생 여부에 따라 형량은 크게 달라진다.
실제 판결에서도 이 같은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됐다. 최근 인천지방법원은 거동이 어려운 부친을 장기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시신을 약 1년 가까이 자택에 둔 채 생활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부친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이후 시신을 유기한 점 등을 근거로 중존속유기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중존속유기치사는 직계존속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이를 방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일반 유기치사보다 가중 처벌된다. 형법은 해당 범죄의 법정형을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부친을 보호·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기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망 이후에도 시신을 유기하고 급여를 부정 수급하는 등 범행의 내용이 중대하다”며 “범행 경위와 유기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2024년 10월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거동이 어려운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는 폐색전증과 정신질환 등을 앓고 있었고 의사소통과 대소변 조절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고인은 별다른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망 이후에도 시신을 장기간 방치한 채 생활했다. 또한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약 590만원 상당의 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유사 판례에서도 보호의무 위반과 사망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2019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거동이 어려운 모친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유기의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즉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상태였고 피고인은 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간병 부담이 일정 부분 참작될 수는 있으나 보호의무 위반으로 사망에 이른 경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간병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이 개인에게 큰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법은 최소한의 보호의무 이행을 전제로 한다”며 “이를 저버려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판결은 가족 돌봄을 개인에게 맡겨 온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생명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며 “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위기 가정에 대한 조기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