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가 있는 가족을 상대로 성범죄를 반복한 30대 남성에게 중형이 유지됐다. 법원은 피해자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사정을 오히려 범행 구조의 일부로 보며 ‘위계에 의한 간음’ 성립을 인정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상대로 위계 또는 위력을 이용해 간음·추행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위계’는 피해자의 착오나 인지 능력 부족을 이용하는 경우를, ‘위력’은 관계상 우위나 심리적 압박 등을 통해 저항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를 포함한다.
법원은 피해자의 장애 정도와 인지 능력, 가해자와의 관계, 범행 경위 등을 종합해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피해자가 명확히 저항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기준은 최근 사건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장애인 위계 간음)과 존속폭행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9월 주거지에서 함께 생활하던 장모를 성폭행한 데 이어 이틀 뒤 다시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후 2024년에는 처형을 상대로도 유사한 범행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장인에게 욕설을 하고 소주병을 던지는 등 폭행한 혐의도 인정됐다. 형법 제260조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폭행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해당 범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지적장애가 있는 점과 가족관계로 인해 가해자와 분리되기 어려운 환경에 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특히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 사정 자체가 범행을 가능하게 한 구조와 연결돼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행태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점을 이용한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가족관계에서 장기간 반복된 성범죄라는 점을 무겁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진지한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항소심에서 반성문을 여러 차례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적장애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서도 법원은 일관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판례에서도 진술이 일부 제한적이거나 표현이 부족하더라도 핵심 내용의 일관성과 진술 경위를 종합해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인된다.
한편 법원은 성범죄 유죄가 인정될 경우 재범 방지를 위한 부수처분도 함께 선고하고 있다.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등이 병과되는 구조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사건이 피해자의 구조적 취약성을 전제로 발생하는 범죄라는 점에 주목한다.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는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는 상황을 인식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특히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면 외부에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려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