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폭행이라도 위험 인식하면 살인미수”…법원 판단 기준은

  • 등록 2026.01.11 12: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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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수단·부위·반복성 종합 판단…

 

폭행 사건에서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주장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그러나 법원은 공격 수단과 부위, 행위 태양 등을 종합해 미필적 고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단순한 다툼 과정에서 벌어진 범행이라도 사망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공격을 이어갔다면 살인미수로 인정될 수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의 고의는 확정적 고의뿐 아니라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된다. 법원은 범행 경위와 동기, 사용된 도구, 공격 부위, 반복 여부, 사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다만 결과의 중대성만으로 고의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함께 고려된다.

 

특수상해와의 구별도 중요한 쟁점이다. 형법 제258조의2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상해를 가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위험한 물건은 흉기에 한정되지 않고 유리병 등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건도 포함된다. 다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특수상해가 적용된다.

 

이 같은 법리는 실제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수원지방법원 형사15부(정윤섭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새벽 경기 수원시 권선구 한 주점에서 피해자 일행과 술을 마시다 말다툼 끝에 범행을 저질렀다. 몸싸움 과정에서 피해자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친 뒤 깨진 병으로 얼굴 부위를 두 차례 찌른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안면동맥 손상과 외상성 쇼크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등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A씨는 재판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깨진 맥주병이 사용 방식에 따라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도구라고 판단했다.

 

또 상처의 깊이와 범위를 고려할 때 강한 힘으로 얼굴을 찌른 것으로 보이며, 이는 생명에 대한 위험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공격으로 봤다.

 

재판부는 “얼굴은 주요 혈관과 신경이 밀집된 부위로, 날카로운 물건으로 찌를 경우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지가 없었다면 공격이 계속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양형에서는 범행의 위험성과 피해 결과가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됐다. 피해자가 중태에 이를 정도의 중한 상해를 입은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됐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진 점, 범행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 범행 직후 도주하지 않고 현행범으로 체포된 점 등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됐다.

 

김형민 변호사는 “폭행 사건이라도 사용된 도구와 공격 부위, 반복성에 따라 살인미수로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깨진 병이나 흉기로 얼굴이나 목 등 주요 부위를 공격한 경우에는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커 엄중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wwnsla@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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