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대선 개입’ 정황 녹취 확보…“이만희, ‘윤석열하고 틀어지면 끝’”

  • 등록 2026.01.23 08: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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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발언 전한 통화 다수 확보
신천지 “조직적 개입 전혀 없다” 전면 부인

 

검찰과 경찰이 신천지예수교회의 정치권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교단 최고위 인사가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조직적 지원을 시사한 녹취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에는 교주 이만희 총회장의 발언을 전달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신천지 2인자’로 불린 고동안 전 총회 총무가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전직 간부 A씨와 통화한 녹음파일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화에는 대선과 관련한 언급과 함께 교단 차원의 움직임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확보된 녹취에서 고 전 총무는 이만희 총회장의 말을 전하며 “‘나(이만희 총회장)는 11월 재판이(2021년 11월 2심 선고) 끝날 때까지 양당에서 자기들 스스로 당 경선을 알아서 해야 한다’며 ‘대선 때 우리가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 전엔 어떻게 하지 않겠다’ 말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통해 재판 일정과 대선 국면을 연계해 판단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또 다른 통화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 주호영·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인사들의 이름이 언급됐다. 고 전 총무는 A씨에게 “선생님(이 총회장)이 뭐라고 하셨냐면 ‘윤석열하고 잘못돼 버리면 모든 게 다 끝난다’며 ‘너, 내가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아느냐’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생님이 근데 윤석열 때문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고도 말했다. 해당 발언으로 특정 후보와의 관계를 중시한 인식이 읽힌다.

 

합수본은 이 총회장이 이희자 한국근우회 회장을 매개로 윤 전 대통령 측과 접촉을 시도하려 했다는 내용에도 주목하고 있다. 복수의 신천지 전직 간부들은 한국근우회가 ‘신천지 위장조직’으로 활동하며 윤석열 대선 캠프와 신천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근우회는 1982년 설립된 단체로, 일제강점기 항일 여성단체 근우회를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의 접촉 정황도 녹취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총무는 “김 전 대표를 만났을 때 ‘대구시 보고서’를 만들어 갔고, 이를 보고 크게 호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포항 수산업자 사건으로 곤란한 상황이라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고 전 총무는 김 전 대표에 대해 “옥새 파동 이후 반대 여론이 크고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킹메이커 역할은 가능해도 직접 전면에 서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대선은 정권을 걸고 싸우는 만큼 잘못 얽히면 큰일 난다”고 A씨에게 당부했다. 주호영·권성동 의원을 두고는 “과거 큰 계파의 수장이었다”는 언급도 있었다.

 

A씨는 과거 신천지 청년회장을 지냈고,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후 당 비상근 부대변인을 지낸 그는 현재 교단을 탈퇴한 상태로 고 전 총무를 내부 횡령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합수본은 최근 A씨를 비롯한 탈퇴 간부들을 잇달아 불러 국민의힘 집단 가입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그 결과 “이 총회장 지시 없이 조직적 당원 가입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공통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고 전 총무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천지 측은 입장문을 통해 “특정 정당의 당명 변경이나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거나 특정 후보를 지원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도 “신천지 관련 의혹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성기민 기자 winni@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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