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어느덧 오십 줄입니다. 남들은 일궈놓은 삶을 갈무리할 나이라는데 저는 여태 철없던 시절에 멈춰버린 머릿속 시계를 탓하며 이곳에 갇혀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천덕꾸러기였다는 사실을 핑계 삼아 세상에 대한 원망만 손에 움켜쥔 채 비겁하게 살아온 세월이었습니다.
매번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술의 노예가 되어 남의 소중한 재물을 파손하고, 고작 얼마 안 되는 돈에 제 인생을 통째로 맞바꾸는 짓을 반복했습니다.
삶이 힘들다는 핑계로 마신 술이 제 영혼을 갉아먹는 동안 저 때문에 눈물 흘리고 상처 입었을 피해자들의 마음은 단 한 번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벌써 전과가 열 번을 넘어갑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담장 안팎을 제 집처럼 들락거리는 저 자신이 이제는 무섭기까지 합니다. 가족과 연을 끊은 지도 11년, 이제 제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텅 빈 운동장에서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이 처절한 외로움마저도, 실은 제가 뿌린 씨앗이 거둔 당연한 결과임을 이제야 뼈저리게 느낍니다.
염치없게도 누군가 제 손을 잡아주길 바라는 과분한 기대를 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망가뜨린 누군가의 일상을 생각하면, 저에게 희망이나 재정비 같은 단어는 아직 사치라는 것을 잘 압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 피해를 본 분들이 느끼셨을 공포와 분노를 생각하면 저는 백 번 고개를 숙여도 모자란 죄인일 뿐입니다.
이제는 정말 이 비겁한 굴레를 끊어야겠습니다. 갱생을 자신하기보다 먼저 제 안의 독기 어린 원망부터 내려놓겠습니다. 제대로 된 미래를 꿈꾸기에 앞서, 지난 세월 제가 남긴 얼룩들을 어떻게 닦아내며 살아야 할지 낮은 자세로 고민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제 삶은 누군가에게 대우받는 삶이 아니라 제가 끼친 민폐를 조금씩이라도 갚아 나가는 속죄의 시간이 되어야 함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사람답게 뉘우치는 법부터 다시 배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