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공무상 질병이 확정되더라도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하지 않고 최종 근무 시점의 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산정하도록 한 현행 공무원연금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퇴직 공무원들이 구 공무원연금법 제27조 등이 재산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법률의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사건은 퇴직 후 공무상 장애가 확정된 공무원들에게 장해연금액을 퇴직 당시 기준소득월액으로 산정하도록 한 현행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2008년 퇴직한 A씨는 2016년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고 공무상 장애로 인정받았다.
이후 공무원연금공단이 퇴직 당시 소득을 기준으로 장해연금을 지급하자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양경찰 출신 B씨도 유사한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헌재 판단이 이뤄졌다.
청구인 측은 퇴직 시점과 장애 확정일 사이의 기간 동안 발생한 물가 변동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며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다수의견에 선 재판관 4인은 공무원 보수체계와 연금 제도의 구조를 근거로 합헌성을 인정했다.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 4인은 “공무원 보수는 계급·호봉에 따라 결정돼 퇴직 전 기준소득월액은 수급권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기준”이라며 “복무 당시의 실제 생활 수준이 급여액에 반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장해연금 최초 지급 이후에는 물가 변동에 따라 연금액이 조정되고, 퇴직연금 등 다른 장기 급여와 병급이 가능해 물가 상승에 따른 문제도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반 근로자가 산재보험법상 장해보상연금을 받는 경우와 비교해도 불평등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들었다.
반면 김상환·정정미·정계선·마은혁·오영준 재판관 5인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들은 “퇴직일부터 장애 확정일까지의 물가 변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산정하는 것은 장해연금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퇴직 시점과 장애 확정일 사이의 간격이 클수록 불합리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가치에 미달하는 연금액을 지급받게 되는 문제에 대해 아무런 보완책을 두지 않은 것은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판단했다.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공무원 장해연금이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적 성격을 갖는 급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