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직접 처리했던 굵직한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는 관봉권·쿠팡 상설특검팀 수사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사의 초점이 개별 실무자를 넘어 당시 지휘·보고 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검팀은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과 쿠팡 취업규칙 변경 사건 모두에서 ‘윗선의 관여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삼고 책임 소재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30일 최재현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를 직무유기·증거인멸교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최 전 검사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인물로 관봉권 스티커와 띠지 분실·폐기 정황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하거나 수사관들에게 관련 조치를 지시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특검팀은 최 전 검사를 상대로 관봉권 관련 증거물 처리 과정, 분실 또는 폐기 사실을 보고받은 시점, 이후 대응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검팀은 남부지검 수사팀의 압수계장이었던 이주연 수사관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지난 20일에는 최 전 검사가 근무 중인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해 PC 등을 확보한 바 있다.
특검팀은 최 전 검사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건 당시 지휘·보고 라인에 있었던 신응석 전 남부지검장, 이희동 전 남부지검 1차장검사, 박건욱 전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장 등에 대해서도 차례로 소환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관봉권 관련 증거 관리와 보고 체계 전반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는지, 조직 차원의 묵인이 있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최 전 검사는 지난해 9월 국회 청문회에서 “관봉권 띠지를 없애지 않았다”며 “검찰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하고 은폐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러한 해명과 실제 수사 기록, 관계자 진술 간의 일치 여부를 대조하며 허위 진술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또 대검찰청이 과거 최 전 검사에 대해 감찰을 실시하고 ‘윗선의 증거 은닉 지시는 없었다’고 결론 낸 과정 자체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함께 살펴보고 있다. 감찰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닌지, 핵심 자료가 충분히 검토됐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쿠팡 관련 특검 수사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검팀은 쿠팡 퇴직금 불기소 의혹과 관련해 확보한 내부 문건을 토대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취업규칙 변경이 퇴직금 미지급을 염두에 둔 계획적 조치였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쿠팡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취업규칙 변경 시 기대되는 비용 절감액’을 산출한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건에는 취업규칙을 개정할 경우 수십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은 취업규칙 변경의 목적과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자료로, 일용직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상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특검팀은 지난 26일 엄성환 전 CFS 대표이사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취업규칙 변경 경위와 의사결정 구조를 집중 추궁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이달 초 이재만 전 대검 노동수사지원과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쿠팡 사건 역시 대검 지휘 라인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검 고위 관계자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모두 확인할 것”이라며 윗선 조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검팀은 다만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연루된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식 수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