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른바 ‘6·27 대출 규제’로 분양 계약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된 신혼 가장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강도 대출 제한으로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의 주거권이 침해됐다는 취지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을 헌법적 차원에서 문제 삼은 사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두 자녀를 둔 가장 A씨는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 국가와 이재명 대통령을 상대로 위자료 2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분양 잔금을 치르지 못하게 됐고, 이로 인해 계약 해지와 주거 상실, 청약 기회 박탈 등 중대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9월 신혼부부 특별공급 가운데 신생아 우선공급 물량에 당첨됐다. 분양가 18억6000만원의 아파트에 대해 집단대출 등을 활용해 계약금 20%와 1·2차 중도금 각 30%를 이미 납부한 상태였다.
그러나 ‘6·27 규제’ 이후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제한되면서 입주지정일인 이달 26일까지 납부해야 할 잔금 20% 약 3억7000만원을 마련할 수 없게 됐다.
잔금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중도금 대출 50%를 먼저 상환해야 하지만, 대출 자체가 막히면서 사실상 금융 접근이 불가능해졌다는 게 A씨 측 설명이다.
A씨는 “잔금을 내지 못하면 계약이 해지돼 청약 자격을 상실하고, 현재 거주 중인 주택에도 새 세입자가 들어올 예정이어서 당장 거주할 곳조차 사라지는 상황”이라며 “가족 전체가 주거 불안에 내몰렸다”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27일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 목적 대출 금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제한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실수요자와 서민·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보완책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A씨는 이후 실질적인 후속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소장에서 “신혼 초기이거나 다자녀를 양육하면서 일시적으로 소득이 낮은 가정까지 일률적 규제로 금융 접근이 차단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이는 주거 안정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던 정부의 설명과 달리, 실제 정책은 투기 억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취약계층을 제도적 사각지대로 밀어 넣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 정책 전반에 대해 사법적 통제를 요구하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정책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예측 가능성 없는 급격한 규제로 기존 계약자에게 과도한 손해가 발생했다면 국가배상 책임이 문제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