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특정 주제를 정하는 대신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개별 질문들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다루는 내용이 비록 한 분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더라도,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Q1.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장을 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보이스피싱 조직인 것을 몰랐고요.
그런데 재판도 재판이지만, 현재 제 명의 계좌가 지급정지된 상태라 생활상 불편이 큽니다. 주변에서는 억울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금융기관에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고 하던데, 실제로 이의신청을 하면 계좌 지급정지가 해제되는지 궁금합니다.
A1. 질문자분께서 느끼고 계실 답답함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보통 하나의 계좌로 급여를 받고 공과금이나 카드 대금 등 각종 자동이체를 설정해 두는 경우가 많은데, 갑작스러운 지급정지로 이 모든 흐름이 한꺼번에 막혀버린 상황일 것입니다.
언제쯤 정상화될지 알 수 없다는 점까지 더해지니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크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질문자분의 현재 상황에서 이의신청만으로 지급정지를 해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금융회사는 해당 계좌에 대해 즉시 지급정지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는 피해금이 추가로 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한 보호 조치입니다. 물론 질문자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론적으로는 계좌 명의인이 지급정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는 합니다.
같은 법 제7조에서는 지급정지가 이루어진 날부터 공고일 기준 2개월이 경과하기 전까지 금융회사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실제로 금융회사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금융회사는 이의신청을 검토할 때, ① 정상적인 거래 내역이 존재하는지, ② 입금된 자금의 출처가 명확한지, ③ 피해자의 피해구제 신청이 적법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분처럼 이미 보이스피싱 관련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라면, 수사권이나 판단 권한이 없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섣불리 결론을 내렸다가 향후 법원 판결과 충돌하는 상황을 감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사를 받는 단계이거나 질문자분처럼 이미 재판 절차에 들어간 상태라면, 혐의없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의신청을 통해 지급정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제도가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를 위해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신중하게 고민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Q2. 변호사님, 저는 현재 도박사이트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그런데 최근 제 계좌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이 내려졌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 경우 계좌에 있는 돈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특히 본사에서 받은 돈 이상으로 수익금과는 전혀 무관한 것까지 함께 묶여 있는데, 이 부분을 다툴 방법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2.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산이나, 그 범죄행위의 대가로 얻은 재산은 몰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해당 재산을 실제로 몰수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 재산의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산의 성질이나 사용 상태, 제3자의 권리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몰수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추징이라는 방식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박사이트에 가담한 경우에는 도박공간개설죄나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죄가 문제 되는데, 이들 범죄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중대범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조직의 총책뿐 아니라 직원이나 하위 가담자라 하더라도, 최근에는 범행으로 벌어들인 금액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이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조치는 민사집행법상의 가압류와 유사한 효력을 가지며, 일단 명령이 내려지면 해당 계좌는 동결되고, 계좌 명의인은 자유롭게 돈을 인출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추징보전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향후 재판을 통해 추징금이 확정되면, 그 범위 내의 금액은 최종적으로 국고에 귀속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질문자분처럼 범죄수익과는 전혀 무관한 그 이상의 자금까지 함께 묶여버린 경우입니다. 실제로 추징보전명령은 사전에 피의자에게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내려지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로서는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법원에 ‘추징보전청구 인용결정에 대한 항고’를 제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항고를 제기하면 항고이유서도 제출하게 되는데, 일반 재판과 달리 별도의 심문기일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서면에 모든 주장을 충실히 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범죄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범죄 사실은 인정하더라도 문제 된 계좌에 포함된 일부 금액이 해당 범죄와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해 추징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 됩니다.
Q3. 변호사님, 저는 현재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그런데 제가 벌어들인 돈에 대해 추징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미리 계좌에 있는 돈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자동차 명의를 타인으로 변경해 두면 안 되는 건가요? 금액이 적지 않아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줄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A3.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여기에 경제적 불이익까지 예상된다고 하니 답답함이 크실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런 고민이 드는 것 자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고, 저 또한 그 심정에 공감합니다.
다만 계좌에 있는 돈을 옮기거나 차량 명의를 변경해도 된다는 조언을 섣불리 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러한 행동이 오히려 질문자분을 더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은 부동산이나 자동차, 은행 계좌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권까지 포함해 적극적으로 추징보전 청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계좌에 잔액이 없거나 차량 명의가 갑자기 타인으로 변경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면, 재산을 고의로 빼돌린 것으로 의심해 강제집행면탈죄를 적용할 여지가 생깁니다.
이 경우 문제는 질문자분 한 사람에 그치지 않습니다. 재산 이전을 도와준 사람 역시 함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맡았던 사건 중에 의뢰인이 제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급한 마음에 재산을 몰래 타인 명의로 변경한 사례가 있었는데, 검사가 강제집행면탈죄로 기소하는 한편 해당 행태를 문제 삼아 수사보고서를 작성해 증거기록에 편철하겠다고 강하게 반응했던 적도 있습니다.
결국 저희가 중간에서 직접 나서, 원래 상태로 재산 명의를 되돌릴 테니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말아달라고 적극적으로 협의했고, 다행히 사건은 큰 문제 없이 정리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결과적으로 무사히 마무리되었지만, 만약 잘못되었다면 피고인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절대로 혼자 판단해 성급한 행동을 하기보다는 해당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감수해야 할 불이익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시길 권유드립니다.
지금까지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된 경우 계좌 지급정지 문제 및 추징보전명령과 관련하여 독자분들께서 느끼는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이 글이 독자분들의 궁금증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억울하거나 답답한 상황, 선임된 변호사가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는 문제들로 고민되신다면 언제든지 편히 서신으로 질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분들의 사연과 질문에 하나씩 답해드리겠습니다.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