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하겠다며 돈 요구”…공갈미수, 형량은 어디까지

  • 등록 2026.02.03 17: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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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통보한 남성에게 외도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거액을 요구한 상간녀에게 벌금형이 선고되면서 공갈미수죄의 처벌 범위와 형량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부장판사 심학식)은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30대·여)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B씨(30대)에게 자신의 외도 사실을 B씨 아내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1억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A씨와 B씨는 같은 회사 인턴으로 입사해 알게 된 뒤 불륜 관계로 지내왔으며, B씨가 아내의 의심을 받자 A씨에게 이별을 통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두 사람의 부정행위를 암시하는 메신저 대화 일부를 B씨 아내에게 전송하고, B씨의 자택을 찾아가 현관문에 자녀가 좋아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보낸 문자에는 “폭로할 거야. 1억 줘”, “가방이든 물질이든 보상을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문자 전송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갈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행위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자 내용은 가정을 지키려는 피해자 입장에서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으로 협박에 해당한다”며 “피고인 역시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교묘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피고인이 초범인 점과 실제 금전이 교부되지 않은 점, 피해자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 사정이 있는 점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갈미수는 실제로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형법상 처벌 대상이 된다.

 

형법 제350조는 공갈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352조는 공갈의 미수범 역시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정형의 출발점은 기수와 동일하다.

 

다만 미수범의 경우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는 필요적 감경이 아닌 임의적 감경으로 실제 감경 여부는 법원이 범행의 실행 정도, 협박의 수위, 피해 회복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실제 판결에서도 공갈미수라는 이유만으로 선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2015년 대전지방법원천안지원은년 이른바 ‘몸캠 피싱’ 사건에서 공갈과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주범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불특정 다수 남성을 상대로 신체 노출 영상을 확보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금전을 갈취했으며,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금전을 받지 못해 공갈미수에 그쳤다.

 

법원은 조직적·계획적 범행과 반복성, 피해자들에게 준 정신적 충격 등을 고려해 공갈미수 부분에 대해서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2015고단586)

 

법조계에서는 공갈미수라고 해서 항상 형이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한 경우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 처벌될 수 있다”며 “실제로 취득하거나 취득하게 한 이득액이 거액일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이 문제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갈미수의 형량은 실제 금전 취득 여부뿐 아니라 범행의 조직성, 협박의 내용과 강도, 반복성, 피해 회복 여부 등에 따라 벌금형부터 실형까지 폭넓게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민 기자 wwnsla@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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