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판단, 남은 삶을 가르는 기로에서

  • 등록 2026.02.03 19: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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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 공포심에 내린 오판
적발보다 두려운 것은 다음 선택
반복 범죄 사건서 법원이 보는 것
형사재판은 언제 기회를 허락하나

 

잘못된 한 번의 판단은 이후의 삶의 모습을 좌우한다. 특히 전력이 있는 행위가 또다시 반복되었을 경우 이후의 선택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건의 의뢰인은 술기운이 남아있던 저녁, 경찰의 정차 신호 앞에서 그 기로에 서게 됐다.

 

그에게는 이미 두 차례 음주 운전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린 그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공포감에 중대한 판단 착오에 빠져든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뢰인은 이를 생각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를 통해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하나의 실수가 연쇄적인 오판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을 더 큰 궁지에 몰아넣고 말았다.

 

형사사건을 다루다 보면 이런 케이스를 흔히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한 행동이었겠지만, 이것이 수사기록상에 남게 되면 무게감이 달라진다. 특히 의뢰인처럼 반복 전과가 있을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의 시각은 냉정하다.

 

음주 운전에 무면허 운전, 여기에 사문서위조까지 더해져 의뢰인에게는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상담실에서 만난 의뢰인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낮게 “이번엔 정말 끝인 것 같습니다”라고 읖조렸다.

 

하지만 내게는 이 사건이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었다. 나는 그에게 이미 벌어진 일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일이 법적으로 어떻게 정리될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의 정리였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이런 선택에 이르렀는지를 차분히 정리해야 했다.

 

조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단순히 말을 대신해 주는 데 있지 않다. 사건의 구조를 정리하고, 의뢰인의 태도와 진술이 일관되게 유지되도록 돕는 것이 변호인의 일이다. 특히 사문서위조와 같은 범죄는 ‘순간의 대응’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법적으로는 독립된 범죄로 평가된다.

 

이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의뢰인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재판부는 전과 이력과 범죄의 중대성을 엄격하게 보면서도, 의뢰인이 사건 이후 보여준 태도와 반성의 깊이를 함께 살핀다.

 

반성문을 쓰더라도 단순한 반성문이 아니라 왜 같은 선택이 반복되었는지에 대한 성찰과 다시는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변화의 다짐이 드러나도록 적는 것이 중요했다. 결국 법원은 실형 선고 대신 집행유예라는 관대한 처분을 내려주었다.

 

아마도 의뢰인이 보여준 변화의 가능성 때문이었으리라. 형사재판에서 집행유예는 단순히 형을 면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법원의 경고이자 사회로 돌아가 스스로를 증명하라는 요구다.

 

이 사건의 의뢰인 역시 그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판결 선고 후, 그는 “이번에는 정말 다르게 살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겼다. 그 말이 형식적인 다짐이 되지 않도록 주지시키는 것 역시 사건 이후 변호인인 내게 남겨진 역할일 것이다.

 

우리는 종종 형사사건을 결과 중심으로 소비한다. 실형인지 집행유예인지, 유죄인지 무죄인지가 사건의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나 형사절차의 본질은 결과 그 자체보다, 개인의 행위를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어디까지 책임을 묻는가에 있다.

 

법원은 단순히 처벌을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 사회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선을 제시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특히 동종 범죄가 반복되는 경우 법이 던지는 질문은 더욱 분명하다. “왜 다시 같은 선택을 했는가”, 그리고 “이 사회가 당신에게 다시 기회를 줄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형사사건은 종종 한순간의 판단으로 시작되지만, 그 결론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수사기관의 첫 연락을 받았을 때 어떤 태도로 대응하느냐, 조사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이미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모든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가능성은 준비된 대응과 정확한 판단을 통해서만 현실이 된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음주 운전 사례를 넘어, 반복된 선택의 위험성과 형사절차에서 초기 대응이 갖는 의미를 보여준다. 동시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판단의 방향을 바로잡는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조용히 환기시키는 기록이기도 하다.

박민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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