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에서 진술 왜곡을 막기 위한 방법은

  • 등록 2026.02.03 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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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엔 ‘수사관이 이해한 내용’ 적혀
진술거부권 행사가 가장 안전한 선택
제대로 준비된 최소한의 진술이 중요
변호사는 ‘불리한 진술’을 막는 역할

 

경찰 조사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들은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피의자신문조서에는 다르게 적혀있습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경찰 조사에서 진술이 왜곡되거나 불리하게 요약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로, 개인의 기억력이나 말솜씨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앞으로 추가적인 경찰 조사를 앞둔 분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지 경찰 수사관으로 재직했던 경험과 현재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한 팁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먼저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진술한 그대로’가 아니라 ‘수사관이 이해하고 정리한 문장’이 기재된다. 많은 피의자들이 착각하는 점이 있다. 피의자 본인이 진술한 그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경찰들은 흔히 “조서를 꾸민다”고 표현한다. 이 말은 곧 수사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듣고 자신이 이해한 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한다는 의미다. 진술 전후의 맥락은 사라지고 결론만 남는다. 모든 경찰 조사에서는 이 사실을 유념한 채로 진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시 상황이 긴박했고, 상대방이 먼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했습니다”라는 진술은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예, 그렇게 행동한 사실이 있습니다”로 기재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경찰 조사에서 모든 질문에 답할 필요는 없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다. 조사실에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격언은 “말을 많이 해서 유리해진 사건보다 말을 아껴서 유리해진 사건이 훨씬 많다”라는 것이다.

 

기억이 불분명하거나 혹은 진술하면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심리적 부담감이 있다면 “변호사와 상의해 본 후 답변드리겠습니다”는 진술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애매한 표현은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경찰 조사에서 가장 위험한 표현은 “그럴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같은 표현이다. 위와 같은 진술들은 피의자신문조서에서 모두 ‘사실상 인정’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확신이 없다면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네 번째, 질문의 전제부터 확인해야 한다. 수사관의 질문에는 이미 범죄 성립을 전제로 한 표현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왜 그렇게 행동했나요?”라는 질문은 이미 ‘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이럴 때는 답변보다 먼저 그 전제는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정정해야 한다.

 

많은 분이 이런 사소한 부분을 지적하지 않은 채 답변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따라서 조서는 반드시 ‘문장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조사를 마친 후 진행하는 피의자신문조서 열람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다.

 

서명하는 순간 형사절차 내내 발목을 잡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내용이 본인의 진술 의도와 달리 기재되어 있다면 반드시 수정 요청을 해야 한다. 불편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 수정 요청은 권리다.

 

다섯 번째, “빨리 끝내자”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성급히 한 진술은 나중에 일관성 없는 진술로 평가된다. 조사가 힘들다면 휴식이나 조사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실무적으로 매 2시간 조사마다 10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부지침을 마련해두고 있으니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변호사의 역할은 ‘말을 잘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를 ‘나 대신 진술해 주는 사람’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실제 역할은 정반대다.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피의자가 불필요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가장 안전한 진술은 제대로 준비된 최소한의 진술이다. 피의자의 입 밖으로 나온 말 한마디가 조서에 기재되는 순간 되돌릴 수 없다.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은 그 순간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나중에는 판결을 결정짓는 핵심 증거가 된다.

 

진술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진술로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만큼은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을까”라는 늦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진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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