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과 불법 리딩방 사기 등 신종 금융범죄의 배후에 변호사와 행정사 등 전문직이 관여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범죄의 조직화·지능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범행 가담을 넘어 수사 회피를 위한 구조 설계와 법률 코칭까지 제공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법조인 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불법 주식·코인 리딩방 조직들은 기존과 달리 ‘수익 보장’ 문구를 삭제하고 ‘참고용 정보’, ‘전략 공유’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무료방·중간방·VIP방 등 단계별 방을 운영하며 각 단계마다 동의서를 받아 피해자에게 책임을 일부 전가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또한 리딩방 사기를 저지른 뒤 피해자에게 접근해 “기록을 모두 지우고 보이스피싱으로 신고해야 돈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다”고 현혹해 자신들의 범죄 흔적까지 지우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계좌 동결이 가능하지만, 주식·코인 리딩방 사기나 로맨스 스캠 등은 피해금 동결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러한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들은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마지막 단서를 스스로 삭제하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수법은 전문가의 조언 없이는 설계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최근 범죄 행태를 보면 피싱 조직이 법률 자문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일부 행정사나 변호사들이 리딩방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고소·고발에 대비하라며 상담을 홍보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변호사가 범행을 주도한 사건도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는 지난해 2월 범죄단체 조직 및 사기 혐의로 변호사 A씨를 재판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유튜브에서 코인 전문가로 행세하며 사건 의뢰인 중 자금세탁 조직원을 영입해 100억 원 상당의 코인 판매 자금 세탁을 주도하고,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수사를 피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A씨는 서울북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를 상대로 허위 신고를 종용한 사례도 드러났다. 해당 로펌은 “보이스피싱으로 신고해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며 착수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돼 전과자가 되는 2차 피해를 입었다.
법조인 일탈 논란은 이외에도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수용자 가족 커뮤니티인 이른바 ‘옥바라지 카페’에서는 운영자가 법무법인 직원을 사칭해 법률 상담을 진행하며 특정 변호사에게 사건을 연결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대한변협의 조사가 시작되자 해당 변호사가 운영권을 인수했다며 ‘바지사장’ 역할을 자처했고, 실제로는 기존 운영자가 아이디를 바꿔 로펌 직원인 것처럼 활동을 이어가며 상담을 지속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해당 변호사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상태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한 청원인은 아파트 명의 분쟁과 관련해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거짓말을 해도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사문서위조를 진행하려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신고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의 변호사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범죄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 자문이라는 명목으로 일부 법조인들이 자금 흐름과 증거 은폐 방식을 설계하고, 피해자에게 제시하는 서류와 절차까지 치밀하게 꾸민다는 것이다.
변호사윤리장전 제11조는 위법행위에 대한 협조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 대상이 된다. 변호사법 제24조는 품위유지의무를, 제25조는 회칙 준수 의무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전문직의 범죄 가담이 확인될 경우 단순 공범이 아닌 주도적 역할 여부까지 엄정하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도 “변호사 윤리가 무너지면 국민의 법적 신뢰 자체가 흔들린다”며 자정 노력과 함께 감독·징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