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임금체불 대책 반년 지났지만…16개 법안 중 3개만 국회 통과

  • 등록 2026.02.08 13: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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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감축과 임금체불 근절을 목표로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관련 입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한 16개 법안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것은 3개에 그치면서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관계부처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해 9월 노동안전(산재) 종합대책과 임금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총 16건의 입법 과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산재 대책이 12건, 임금체불 대책이 4건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전체의 18.75% 수준에 불과하다.

 

산재 대책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2건이다. 재해조사보고서 공개, 안전보건공시제 도입,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위촉 의무화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반면 산재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산재 사망사고 반복 기업 제재’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당은 산재 감축을 위해 강력한 경제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노동자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역시 쟁점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됐지만, 여야 간 입장 차이로 보류됐다.

 

다만 산재 대책이 특히 지연되는 배경에는, 제재 강도가 높은 법안일수록 헌법적·제도적 쟁점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쟁점은 ‘영업이익 연동 과징금’이다. 과징금은 행정상 제재금으로 형사처벌과 병과될 수 있지만, 부과 요건과 기준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을 경우 과잉금지원칙이나 비례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반복 사망의 기준, 귀책 사유, 산정 방식 등을 어디까지 법률에 담을 것인지가 입법의 핵심 난제로 꼽힌다.

 

작업중지권 확대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체계에서도 근로자는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작업중지와 대피가 가능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작업중지명령과 해제 심의 권한을 갖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권한을 추가로 강화할 경우, 오남용 방지 장치와 해제 절차, 책임 소재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산재 대책은 강한 제재를 도입할수록 법적 정합성과 절차 설계를 함께 요구받으면서 입법 과정에서 충돌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산재 감축을 위해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 자체는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지만, 과징금처럼 강한 수단일수록 법률에 부과 주체와 요건, 상한액, 감경·조정 기준을 명확히 담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중지권 확대 역시 안전 확보라는 목적과 현장 운영의 예측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며 “입법이 늦어지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갈등이라기보다, 제재의 강도만큼이나 정교한 제도 설계를 요구받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산재 사망 만인율을 현재 0.39명에서 2030년까지 OECD 평균인 0.29명으로 낮추고, 연간 약 2조원 규모의 임금체불을 1조원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현장에서는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목표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혜민 기자 wwnsla@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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