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비디오 살인 사건’ 무기수 이민형... 27년 만에 재심 청구

  • 등록 2026.02.08 15: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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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9일 서울고법에 재심 청구”
지문·DNA 등 직접 증거 없이 유죄 확정

 

1998년 대구 대명동 ‘장미비디오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27년 넘게 복역 중인 이민형(48)씨가 재심의 문을 두드린다.

 

‘재심 사건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에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1998년 1월 3일 발생한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같은 해 1월 5일 체포된 이후, 재심 청구일을 기준으로 1만262일째 수감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무기수다.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될 경우 그는 ‘진실을 찾은 사람’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복역한 사례가 된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은 수사와 재판, 변호 과정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재심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씨는 재심을 앞두고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가 공개한 옥중 서한에서 이씨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너무 죄송스럽고 염려가 된다”며 “재심으로 인해 다시 ‘그날’을 떠올리게 될 유족들의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경찰의 강압 수사 속에서 자포자기한 상태로 허위 자백을 하면서 진범을 잡을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를 잃게 했다”며 “이것은 어떻게 해도 갚을 수 없는 큰 죄”라고 토로했다. 그는 “언제 어느 때든 직접 사죄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이씨는 사건 당시 대구 일대를 배회하던 탈영병이었다. 경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각종 흉기와 절단기, 강도·절도 전과 등에 주목해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후 강도 높은 추궁 끝에 살인 자백을 받아냈고 군사법원 1심에서도 범행을 시인했다. 이후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당시 자백은 허위였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장시간 수면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폭행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 역시 방송에서 “이민형은 나한테도 몇 번 맞았다”고 말해 강압 수사가 있었음을 일부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 사건 현장에서는 이씨의 지문이나 유전자정보(DNA), 범행 도구로 특정할 만한 흉기 등 직접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유일한 목격 증거는 당시 6세였던 피해자 자녀의 진술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에 겪은 극심한 충격을 고려할 때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씨는 28년 전 항소이유서와 상고이유서에서도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 왔다. 그는 “사형이라는 형이 다시 주어진다 해도 이 주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허락된 시간을 끝까지 쓰겠다”고 적었다.

 

최근에는 형 집행 경과와 교정 성적이 일정 기준에 도달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석방은 불허됐다.

 

박 변호사는 “저지르지 않은 범행을 인정하고 자유를 택하는 대신,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확인받고 사회로 나가겠다는 선택”이라며 “이씨의 진실과 정의에 기초한 사회 복귀의 소망을 끝까지 함께 지키겠다”고 전했다.

최희원 기자 chw1641@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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