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발생한 ‘캐리어 시신 유기 사건’이 발생 22일 만에 검찰로 넘겨진 가운데, 단순 강력범죄를 넘어 사회적 방치가 낳은 비극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조재복(26)은 지난달 17일 오후 10시께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대구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장모 A씨(50대)를 약 12시간 동안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아내 최모씨(25)와 함께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도심 하천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기된 캐리어는 13일간 방치되다가 행인의 신고로 발견됐다. 국과수 부검 결과 A씨는 다발성 골절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사위가 장모를 장시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는, 사망 결과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는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전망이다.
살인의 고의가 인정될 경우 형법 제250조에 따른 존속살해가 성립한다. 여기서 ‘존속’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포함돼 장모 역시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
반면 살인의 고의까지는 인정되지 않고 폭행이나 상해의 고의만 인정될 경우에는 형법 제259조의 존속상해치사가 적용된다.
이와 별개로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하천에 유기한 행위는 형법 제161조의 사체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아내 최씨의 경우 사체유기 과정에서의 관여 정도가 향후 판단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단순 동행에 그쳤는지, 시신 운반과 유기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 나아가 범행을 공모했는지에 따라 공동정범 성립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우발적 범행이라기보다 장기간 누적된 가정 내 갈등과 외부의 무관심이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범죄심리전문가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공동주거 공간 특성상 폭력 상황이 반복됐다면 주변에서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누군가 신고했다면 조기 개입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0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조씨의 과거 행적이 추가로 드러났다.
조씨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으며, 청소년 시절 공장 소음 등 환경적 요인으로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처와는 이 과정에서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조씨는 전처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수차례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양육이 어려워 입양 보냈으며, 동거 중이던 2018년에는 생후 6개월 된 자녀를 학대한 정황도 제기됐다.
당시 전처의 신고가 있었지만, 두 사람이 모두 지적장애를 가진 미성년자였던 점 등으로 인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둘째 아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관련 기록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태다.
이웃들은 조씨의 장모 A씨가 평소 초라한 행색으로 집 주변을 배회했으며, 모녀가 조씨의 강압적인 태도에 위축된 모습을 보여 왔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위험 신호가 반복됐음에도 적절한 개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견 가능한 범죄’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조씨 부부가 정부 지원을 받으며 공공 서비스를 이용해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리 공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관할 행정복지센터는 “전입 직후 초기 상담을 진행했지만 특이사항은 없었고 이후 추가 서비스 연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기 상담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례 관리가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다”며 “정신건강 서비스 역시 비용 부담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지원을 넘어 가정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가정 내에서 발생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가정폭력범죄에도 해당한다. 관련 법에 따라 신고가 이뤄졌다면 경찰은 현장 분리와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었고, 상황에 따라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도 가능했다.
경찰은 조재복을 존속살해, 사체유기, 상해, 감금 혐의로, 아내 최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지난 9일 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강력범죄전담부와 여성범죄조사부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지역사회 차원의 조기 개입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