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증가...면허 반납하면 ‘막막’

  • 등록 2026.04.17 17: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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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보행·운전자 10.8% 늘어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 등 도입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를 막기 위해 면허 반납을 독려하는 기존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선제적인 기술 보급으로 안전 교통망을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경찰청이 발표한 ‘2025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4만5873건으로 전년 대비 8.3% 늘었다. 이로 인한 보행자·운전자 등 사망자도 843명으로 10.8%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 사고는 2024년 7월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 이후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6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역주행한 뒤 횡단보도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후에도 유사한 사고는 반복됐다.

 

2025년 5월 서울 강동구 길동 복조리시장에서는 60대 운전자의 차량이 돌진해 11명이 다쳤고, 같은 해 11월 경기 부천 원종동 제일시장에서는 70대 운전자가 몰던 트럭이 상점가를 덮쳐 2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운전자들은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상당수를 페달 오조작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고령층일수록 인지 능력 저하와 근육 약화로 운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립재활원이 가상현실을 이용한 도로 주행 검사를 실시한 결과 돌발 상황에서 젊은 운전자의 반응 시간은 0.7초였지만, 고령자는 1.4초로 두 배 가까이 차이났다.

 

지자체는 면허 자진 반납 시 지역화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반납률은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농어촌 지역은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과 생계형 운전 수요로 반납률이 1%대에 그친다. 이동 수단 대체 없이 면허 반납만 유도하는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단순 규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사고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령 운전자 전체를 잠재적 위험군으로 보기보다 사고 이력과 인지 기능 등을 기준으로 고위험군을 선별해 관리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운전 능력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주간 운전만 허용하거나 특정 구간 운행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 제도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

 

기술적 안전장치 보급 확대 역시 과제로 꼽힌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속도 제한 장치, 전방 충돌 방지 시스템 등은 사고 예방 효과가 확인된 만큼 고령 운전자 차량에 우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 할인과 연계하면 보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법인택시를 대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와 속도 제한 장치 장착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해당 장치는 비정상적인 가속을 억제하고 급출발과 급가속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개인택시 등 200대에 장치를 설치했으며 충남 천안시 등 일부 지자체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공단은 올해 전국 택시와 화물차 등 3260대에 장치를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법인 사업자에게는 대당 20만원, 개인 사업자에게는 32만원의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면허 반납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동권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고령 운전자 문제를 단순히 ‘면허 반납’으로 접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동권 보장과 안전 기술 도입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지 않을 경우 유사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희령 기자 bright@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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