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을 하루 앞두고 법조계가 다시 한 번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무계는 공급 과잉에 따른 생존 위기를 호소하며 감축을 요구하는 반면, 학계는 합격률 상향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맞선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는 23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논의한다. 결과는 같은 날 오후 5시 발표될 예정이다.
관리위원회는 법무부 차관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법학교수 5명, 10년 이상 경력 판사 2명, 검사 또는 법무부 고위공무원 2명, 변호사 3명 등이 참여한다.
통상 회의에서는 법무부가 기준 인원을 제시하고 위원들이 토론과 투표를 거쳐 의견을 모은 뒤, 법무부 장관이 최종 규모를 확정한다.
현재 변호사 수는 이미 포화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등록 변호사는 3만8234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합격자가 배출될 경우 연내 4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등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변협은 공급 과잉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 질서 붕괴를 우려한다.
변협 측은 “변호사 수뿐 아니라 실제 활동 비율도 높은 상황에서 공급이 계속 늘면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시장 규모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 법률시장은 약 146억 달러로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신규 변호사 배출 규모는 일본보다 4~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의 위기감도 적지 않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한 달에 사건 한 건 맡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임난을 견디지 못하고 업계를 떠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학계는 합격자 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현재 50%대 합격률은 반복 응시를 양산하고 사교육 의존을 키우는 구조”라며 합격률을 80%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매년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도 약 1700명 수준은 일정한 사회적 합의로 볼 수 있다”며 “배출 인원을 인위적으로 줄여 직역의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합격자 수를 둘러싼 ‘밥그릇 논쟁’은 올해도 결론을 앞두고 있다. 다만 공급과 수요, 직역 보호와 소비자 선택권 사이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