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수용자 3천명 시대…협약 있어도 이송은 ‘제자리’

  • 등록 2025.10.04 10: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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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절차 탓에…이송 실적은 제한적
“본국 집행이 인권·재사회화에 더 유리”

 

나이지리아 국적의 A씨는 한국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있지만 본국으로 돌아갈 길은 막혀 있다. 법무부는 “국제 수형자 이송은 대한민국과 외국 간 조약이 체결돼 있는 경우에 한한다”는 법 조항을 근거로 이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규와 제도가 있지만 나이지리아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외국인 수용자 사례

 

국내 교정시설의 외국인 수용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제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협약 부재와 복잡한 절차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인권 보호와 교정 목적 달성 모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가 발간한 ‘2025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수용자는 3427명으로 전년보다 12.9% 증가했다. 전체 수용자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1504명(43.9%)으로 가장 많았고 태국 539명(15.7%), 베트남 489명(14.3%)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체류 외국인 증가세를 고려할 때 외국인 수용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외국인 수용자는 언어와 문화·관습 차이로 교정시설 적응이 어렵다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 가족 면회가 제한돼 고립감이 크고, 출소 후 사회 복귀 지원도 원활하지 않아 교정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따라서 인권 측면에서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려면 본국에서 형을 집행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제도상 외국인 수형자 이송은 유럽평의회 ‘수형자이송협약’ 가입국 61개국 및 대한민국과 양자조약을 체결한 8개국에 한해 가능하다. 하지만 협약이 체결돼 있더라도 △상대국 법률에 따른 범죄 인정 △수형자의 이송 동의 △상대국의 인계 절차 등 복잡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요건을 모두 갖추더라도 실제 이송까지는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가 간 이송 실적은 22명에 불과하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외국인 수용자가 국내에서 수형생활을 하면 언어 등의 차이로 불필요한 고통이 가중되는 이른바 ‘구금의 악영향’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가능하다면 자국에서 형을 집행받아야 인권 원칙에 부합하고, 출소 후 재사회화와 직업훈련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movie@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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