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업 중 초등학생에게 “싸가지 없는 XX”라고 혼잣말을 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초등교사가 2년 9개월여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부적절한 표현이었더라도 교사로서 훈육재량권 범위 내 발언”이라며 정서적 학대행위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배은창)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1·2심에서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았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으면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2022년 5월 A씨는 수업시간에 짜증을 내며 책상을 치는 4학년 학생 B군을 제지한 뒤 교실을 나가던 중 “싸가지 없는 XX”라고 혼잣말로 내뱉었다. 이를 들은 B군이 학부모에게 알리면서 A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법정에서 “화가 나서 혼잣말을 했을 뿐 피해 아동을 모욕하거나 학대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다른 학생이 욕설을 들은 이상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피고인은 담임교사로서 피해 아동을 지도할 훈육재량권을 가진다”며 “수업 방해 행위에 대한 지적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학급 규칙을 어기고 교권을 침해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발언이 이뤄졌다”며 “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한 훈육 과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으로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이나 정상 발달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동복지법 제71조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금지행위로 규정한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A씨의 발언이 일시적으로 불쾌하게 들렸더라도, 아동의 정상 발달에 실질적 해를 끼칠 객관적 위험은 인정되지 않는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표현의 부적절함 자체보다 정서적 학대죄의 구성요건을 엄격히 해석한 결과”라며 “아동복지법 제71조가 규정한 구체적 위험이 입증돼야 충족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