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에서 처음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근거로 강제로 이뤄진 성관계로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양진수 부장판사)는 강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20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24년 1월 한 펜션 객실에서 처음 만난 여성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의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꾸며내기 어려울 정도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성폭행 이후 다른 객실에 있던 사람들에게 즉각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점 역시 정신적 충격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호응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반복하며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피고인이 힘으로 제압해 범행을 저지른 점, 이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수치심을 겪었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대법원 역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폭넓게 인정해 왔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지 않으며,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면 특별한 이유 없이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성폭력 피해는 특정 관계나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2일 발표한 ‘2025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성폭력 상담 사례 가운데 절반 이상은 반복 피해이거나 장기간 지속된 피해였다.
또 2025년 성폭력 피해자 582명 중 여성은 530명으로 전체의 91.1%를 차지했다. 남성 피해자는 39명(6.7%)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여전히 소수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성인 피해자가 67.0%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성인 여성 피해자가 전체의 61.5%를 차지했다. 청소년 피해자도 13.6%에 달해 성폭력이 특정 연령대에 한정되지 않는 범죄임을 보여줬다.
가해자 통계에서는 성별·연령 편중이 더욱 두드러졌다. 가해자의 85.7%는 남성이었고, 성인 남성 가해자가 68.7%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강제추행이 38.1%로 가장 많았고, 강간 및 강간미수가 36.6%로 뒤를 이었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항소심은 피해자 진술을 개별 사정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범행 전후 정황을 종합해 증명력을 다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실제 경험에 기초한 진술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강제성 판단이 이뤄진 점이 유죄 인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